[기획]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방치된 전세사기 피해자들

"피해 주택 경매 중단하고 우선권 달라" "보여주기식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2023-04-18     권영현 기자
18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빌라왕’ 김씨 사건 피해자 A씨는 “등기부등본 계약서 뭐하나 꼼꼼히 검토안해본게 없습니다. 근저당도 없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대출까지 해줘서 안심하고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김씨(빌라왕)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를 쳤습니다. 제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사기를 안 당할까요? 정말 무섭고 막막합니다”고 말했다.

‘빌라왕’ 김씨가 사망한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건축왕’, ‘청년빌라왕’ 등 각종 전세사기 ‘왕’들의 실체가 드러나며 전국에서는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정부가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대책은 절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정부의 대출이나 긴급주거 지원책도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피해자들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고 아기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계획하던 A씨 부부는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 ‘빌라왕’ 김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A씨는 “생후 9개월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이 집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1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서 전셋집 입찰에 나섰지만 입찰에 실패했다. 안 위원장은 “‘낙찰꾼’들이 경매에 넘어간 피해 세대들을 노리고 있어 피해자들이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어떤 대책보다도 경매 중지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책위 주장을 고려해 전세사기 관련 부동산 경매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전세사기 피해자 B씨는 “저는 이미 신용불량 상태에 빠졌다”며 “정부가 내놓는 대출, 주거지원 등의 대책들은 조건이 까다롭고 2000~3000만원 수준의 최우선 변제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특약 신설이나 은행권과 연계한 대책은 재발 방지 대책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당장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와 국회는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대책말고 실제로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