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누가누가 더 못하나…" 초강수만이 살길

2024-04-18     권대경 기자
권대경
누가누가 더 못하나 게임이다. 정치권 이야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헛발질을 하고 있다. 한쪽은 쏟아지는 망언에다 종교인까지 나서 당의 주인 행세를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도무지 누구를 어느쪽을 지지해야 할 지 모르겠다. 상황을 보면 일단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파장이 크다. 급기야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는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22일께 밝히겠다 한다. 정치권의 금품 살포 사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송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히든 민주당의 도덕성에는 치명타가 가해질 전망이다. 그런데 입장 발표 소식을 전한 뒤 송 전 대표의 한 마디를 보면 아마도 민주당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로워질 지 모르겠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구속기소)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의 녹취 파일에 자신이 돈 봉투 조성 등을 인지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내가 무엇을 알겠나"라고 반문한 것이다. 이어 송 전 대표는 "처음 말한 것처럼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즉 자신은 모르는 일이니 관련이 없다는 게 송 전 대표의 말이다. 설사 그 입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뿌려졌다는 정황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를 숙였어야 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얼버무리기는 전 당 대표로서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하다.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식 사과까지 하고 수사 당국의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금권 선거로 점철됐다는 결론이 날 경우 그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아마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제 과거 차떼기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고 석고대죄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비리 정당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교묘하게 선긋기를 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당내 역학 구도가 개입된 고질적인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인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일단 비명계는 불법 정치자금 정황이 담긴 녹취록에 등장한 윤관석 의원과 당시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거론하고 나섰다. 사법적 조치가 이뤄진 뒤에 당 차원의 조치를 하는 것은 민심에 위배되므로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당 지도부를 포함한 친명계는 진상규명을 화두로 꺼내 들고 탈당이나 출당과 같은 조치까지는 언급하지 않는 모양새다. 진실 규명의 과정을 지켜보며 조치를 취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비명 친명의 계파간 인식 차이는 당내 주도권 헤게모니 갖기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조금 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돈 봉투, 금품 살포 등으로 당이 발칵 뒤집어졌음에도 서로 눈치만 보며 계파간 알력싸움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심하다. 시대가 흐르면서 사회 지도층에 대한 도덕적 기준은 자연스럽게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정치권 만큼은 1960년대나 1970년대 매표로 선거를 치르는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관련된 인물들 전원의 출당 및 탈당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퇴출돼야 한다. 또 현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 이렇듯 초강수를 두지 않는다면 민주당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찔러 내년 총선에서 단 한표도 가지 않는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