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돈 봉투 전대 의혹'…송영길 인지·지시 여부가 핵심
'이정근 녹취'에 송 전 대표 인지 정황 담겨 송영길, '이정근 개인적 일탈' 강조 혐의 부인 2003년 '차떼기' 당시에도 노무현·이회창 무죄
2024-04-18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당시 돈 봉투 살포를 인지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돈 봉투 수십 개를 살포하는 데 송 전 대표의 당시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유력해지는 상황에서 당 대표 당선이라는 실질적 이득을 본 사람은 송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압수물을 분석하고 돈 봉투에 쓰인 자금이 마련되는 경위, 자금의 전달 통로, 이를 받은 당내 인사들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돈 봉투 살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송영길계인 점에서 결국은 송 전 대표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을 비롯한 국민의힘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수사의 핵심은 결국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지시했거나 인지했는지, 적어도 묵인했는가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에는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별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이 전 사무부총장도 검찰 조사에서 이러한 통화내용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이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일 뿐, 자신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연루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지울 수 없다. 과거 2003년 이른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캠프는 823억원,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캠프는 11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 양쪽 후보자 측근과 대기업 임원 등 25명이 구속기소 됐지만 후보자에 대한 형사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 및 사용 과정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송 전 대표의 경우도 아랫사람들이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자의적 돈 봉투를 살포했고, 보고하지 않았다면 처벌이 어려운 셈이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처벌받은 경우는 2012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례가 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박 전 의장은 전대 직전인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소속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박 전 의장과 송 전 대표가 받는 혐의는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 정당법 제50조는 당 대표나 당직자에 출마한 사람이 선거운동 관계자나 선거인 등에게 금품이나 향응 제공을 지시·권유·요구하거나 알선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