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회적 재난 '전세사기'도 정쟁놀음 하는 정부와 여당 

2024-04-19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해 경매 절차 중단 등 특단의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늦어도 너무 늦은 대응이다. 인천 지역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가 3명으로 늘어났다. 전세사기 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어젯밤 방송 인터뷰를 하며 사망자가 3명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지금 이순간도 극단적 시도를 하고 있는 이들이 더 있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세사기 매물의 경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여당은 악덕 범죄 처벌과 피해자 구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다.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 세대”라고 말했다. 또 국무위원들에게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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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면서 여당은 여론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야당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의 전세사기가 횡행하는 원인은 분명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정치인의 전세사기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다른 지역에 있는 유사 사건의 주범인 남헌기의 배후에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관련됐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경매 중단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부동산 사기 범죄의 배후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재난'이라고 불리는 전세사기 피해를 두고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전 정권을 탓하는 프레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적 재난 속에도 정쟁에만 관심이 있고 절박함에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을 구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움직이고 있다. 일명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사기 일당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필요한 조치와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 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정부는 검찰 출신 정권 답게 처벌과 단속에만 초점을 둔 형식적인 대책만 내놓았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는 수도권을 넘어 부산, 광주, 대전, 포항, 제주 등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모두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 손 내밀 곳이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얘기다. 피해자들 중에는 20~30대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유난히 많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가정을 이룬 곳에서 꿈을 빼앗긴 상처는 클 수 밖에 없다. 경매를 통해 구제를 받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환 받을 수 있는 보증금도 적다. 또 국세, 상속 등의 문제로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예방책은 늘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나 나오고, 피해지원은 극단적인 상황이 돼서야 부족하게나마 시작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이들과 만나 피해 상황을 들어야 한다. 현행법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특별법을 통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 이상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