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국, 우크라 무기제공 시 적대행위로 간주"…美 "환영"

尹, 외신 인터뷰에 상반된 반응  러, 대북 무기 지원 언급→한반도 영향 가능성 거론

2023-04-20     이진하 기자
세르게이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미국은 한국의 기여에 환영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가 성명을 통해 "무기가 어디에서 오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반러시아 행위로 간주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상황에도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에 관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 왔으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에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한국 국민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그들 말대로 '퀴드 프로쿼(quid pro quo·주고받는 대가)'"라고 위협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우리나라를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면 양국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 고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살상 무기 지원 불가라는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 반발에 우리 대통령실은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코멘트하지 않겠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한·러 관계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가정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윤 대통령 발언에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