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차라리 백수 선택” MZ세대, 中企 외면 심각
중소기업 기피 현상 ‘심화’ 인력난·구인난 ‘미스매치’
2023-04-20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MZ세대’ 중심으로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년층 세대에선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겠다는 경향이 만연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MZ세대 구직자와 재직자의 중소기업 관련 DB를 취합해 조사한 결과, MZ세대는 중소기업 기피 이유로 ‘자기성장 가능성 없음’, ‘워라밸 부재’ 등을 꼽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문제는 중소기업계의 극복 과제로 꼽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와 고용안정성 격차는 기업 규모별 인적자원의 차이를 야기했다. 이러한 인적자원의 차이가 생산성 격차라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의 36.6%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을 꼽았다. 청년층이 일과 삶의 균형을 가장 중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선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이다. 구직중인 청년 A씨는 “기업에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일과 삶의 균형인데, 과거 근무했던 기업에서 보상도 없는 야근에 지쳤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야근을 하더라도 추가수당이 보장되거나,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급과 성과 보상 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 ‘정년 보장 등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업(16.3%)’, ‘기업과 개인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10.4%)’, ‘기업 문화가 수평적이고 소통이 잘 되는 기업(3.8%)’,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기업(3.3%)’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이들이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월급 체계 역시 난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2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세전 월 563만원, 중소기업 근로자는 절반에 못 미치는 266만원이었다. 그러나 영세한 기업으로서는 연봉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내수 경기까지 둔화되며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많은 상황이다. 기업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호감 64.4%·비호감 7.1%)’, ‘중견기업(호감 51.2%·비호감 7.8%)’, ‘공기업(호감 46.6%·비호감 17.4%)’, ‘스타트업(호감 38.0%·비호감 15.5%)’ 순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비호감 응답이 36.1%로 21.1%인 호감보다 높았다. 이에 중소기업계도 근로환경과 인식 개선 및 MZ세대와의 소통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취업난에도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기업의 구인난은 생산성 저하를 야기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중소기업계 차원에서도 인식 개선에 나서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버금가는 근무 환경을 구축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