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發 고비 온다…‘연쇄부실 고리’ 브릿지론 만기 속속 도래
PF 대출잔액 작년 말 기준 130조 육박...연체율도 꿈틀 시행사 상당수 '자본잠식'..."하반기 연쇄 부실 올수도"
2023-04-2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계속 맴돌고 있다. 최근엔 일부 신용평가사와 부동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위기설'이 거론되는 등 시점까지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지만, 앞서 부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브릿지론'의 만기도 돌아와 우려감은 고조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1.19%로 전분기 대비 0.33%포인트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8.16%였으나, 4분기에는 10.38%로 2.22%포인트 증가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4분기 연체율은 2.20%로 1.13%포인트 늘었으며 같은 기간 보험은 0.20%포인트, 저축은행은 0.33%, 은행은 0.02%포인트 감소했다.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0.09%로 변동이 없었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3년 3월)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말까지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업권별로는 지난 2017년 대비 여전사가 432.6% 증가해 가장 큰 폭을 기록했고, 저축은행은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0% 등으로 나타났다. 시장 참여자들은 상반기에 만기 도래를 앞둔 '브릿지론'으로 인해 부실 채권이 급증할 경우, 하반기에 집중된 '본 PF'의 만기 도래와 맞물려 복합적인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PF는 '본 PF'와 '브릿지론'으로 나뉜다. 이 중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1금융권에서 본 PF대출을 받기 전 개발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 받는 것을 말한다. 일반 주택이나 상업 시설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에 공급되는데, 이 때문에 본 PF대비 높은 리스크를 지닌다. 때문에 브릿지론이 하반기 복합 위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중 올해 만기도래하는 금액은 14조다. 이 중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58.4%로 하반기에 만기가 집중된 본 PF의 규모는 4조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타 업권 역시 본 PF의 대다수가 하반기에 만기도래를 앞두고 있어 브릿지론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부실채권이 겹치게 되면 그 피해가 배가 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나온다. 부동산 호황기의 정점이었던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사업 용지를 사들인 시행사 중 상당수가 올 하반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다. 자본력이 취약한 시행사들은 대부분 제2금융권으로부터 고금리로 자기자본의 10배 안팎의 대출을 받아(브릿지론) 땅을 산다. 사업부지를 확보하면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을 거쳐 은행으로부터 정식 담보대출을 받아(본PF) 브릿지론을 갚는 것이 부동산PF의 대략적인 사업 구조다. 증권사들도 부동산 PF를 투입한 사업장 중 44%가 지방 사업장에 있어 캐피탈사(35%)나 저축은행(23%) 대비 편중된 정도가 커 본 PF 부실 우려까지도 이에 비례해 증가했다. 한은의 추산결과 지방 건설사들 중 한계기업(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 비중은 지난 2018년 8.2%에서 지난해 말 16.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영업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건설사도 전체의 36%로 나타났다. 캐피탈사는 저축은행 대비 느슨했던 규제가 독이 됐다. 현재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20% 원칙이나 취급 한도 설정 등 부동산 PF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받지만 캐피탈사는 해당 규제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기업금융 중심으로 확장세를 펼치려던 캐피탈사들의 경영 방침으로 부동산 PF 취급 규모가 급증해 리스크 발생 가능성도 함께 올랐다. 이 외에도 저축은행은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복병으로 남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저축은행이 부동산 PF 대출을 취급한 시공사 중 87.5%가 투기 또는 무등급이다. AA등급은 1.3%, A등급, BBB등급은 각각 4.0%, 7.2%에 그쳤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바로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금력이 높지 않아 일부 사업장의 부실에도 자본비율 하락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실 발생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촉발되면 대형 저축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