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고물가 속 ‘리퍼 시장’ 주목
지난해 중고거래 시장 규모 25조원 “중고·리퍼, 친환경 경영에도 맞닿아”
2024-04-20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가 고물가 속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중고‧리퍼 시장을 키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이달 초 리퍼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했다. 티몬은 최근 리퍼 상품과 소비기한 임박상품 등을 모아 놓은 ‘리퍼임박마켓’을 상시 전문관으로 전환했으며, 쿠팡은 ‘반품마켓’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채널인 롯데하이마트는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운영 중이며, 현대백화점은 중고 제품 전용 매장도 선보였다. 신세계그룹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이 급증하면서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08년 4조원 대비 6배 이상으로 성장한 규모다. 11번가는 지난 3일 리퍼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하며 △디지털 △가전 △리빙 △건강 △취미·레저 △도서 등 6개 카테고리로 세분화했다. 11번가는 철저한 품질 검수와 애프터서비스(AS) 제공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또 국내 대형 리퍼 전문몰 뉴퍼마켓, 리씽크 등과도 손을 잡았다. 11번가는 올해 연말까지 리퍼 판매자를 오픈 초기 기준 약 170개보다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티몬도 지난해 11월 선보였던 ‘리퍼임박마켓’을 리뉴얼 오픈하며 상시 전문관으로 전환했다. 티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리퍼·임박 상품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티몬은 리뉴얼을 통해 가전·생활용품 외에도 유통기간이 임박한 식품들도 판매하기로 했다. 쿠팡도 미세한 흠집이나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된 상품을 재판매하는 '반품 마켓'을 운영 중이다. 쿠팡은 직접 검수·관리 과정을 실행하고 제조사 A/S도 새 상품과 동일하게 진행한다. 백화점과 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들도 중고·리퍼 사업을 강화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드핸드(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했으며, 미아점에도 중고 명품 거래회사 브랜드나라가 운영하는 ‘럭스어게인’을 열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통해 중고 제품과 매장에 전시했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1만2000여개의 상품이 등록된 가운데 8000여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신세계그룹의 벤처 캐피탈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투자 후 지난해 SSG닷컴에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브그즈트 컬렉션’를 통해 중고 명품 등을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온라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에서도 ‘브그즈트 랩’이 보유한 한정판 프리미엄 스니커즈 등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속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중고‧리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중고·리퍼 제품은 사용 기한을 늘린다는 점에서 친환경 경영과도 맞닿아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