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등기·보험으로 전세금 지키세요
“계약 전 전세가율 70% 이하·근저당 설정 확인해야”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수도권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급증하자 금융권과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권 설정 등기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임차인들도 늘었다.
2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82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886건)보다 약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한 뒤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다. 임차인이 단독으로 등기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 보증 보험에 가입하는 임차인들도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잔액은 약 104조764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에 20조원이나 늘어났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보증 대상 전세보증금은 수도권은 7억원, 그 외 지역은 5억원 이하다. 전세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시세와 등기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차인은 주변과 시세를 비교한 후 계약 전에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70% 이하에 해당하는지 확인한 후 등기부를 통해 근저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빌라의 경우 경매 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임차보증금과 기존 근저당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어가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전세가율이 높으면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세권을 설정한다고 무조건 변제되는 건 아니라 근저당권 설정 여부를 확인해 선순위로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임대인의 대부분이 전세권 설정을 기피하는 현상들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나서서 임대인의 이력을 확인하고 공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소장은 “지급준비금으로 일정 비율을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적립해두는 방안이 필요하다”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것과 같이 에스크로(제3자가 중개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세입자가 보증보험을 가입해 계약금을 입금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에게 돈을 입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은 “등기 시 제출서류에 공증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도입하거나, 부실 등기 관련 보험제도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