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현안 쌓인 재계…총수들, 방미 해법찾기 관전포인트는?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4대 총수, 방미 경제사절단 해외 출장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반도체·전기차 지원금, 배터리 불확실성 해법 모색

2023-04-23     박효길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동참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칩스법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이재용 회장 등 총 122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윤 대통령 방미 기간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정부 주최 백악관 환영 행사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IRA와 반도체지원법 등을 잇따라 시행하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배제 흐름 속에서 이번 방미는 한·미 간 경제안보협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도 미국의 주요 안보·경제 동맹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의 이익을 우선해주길 바라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무리한 조항을 포함시킨 상태다.

반도체업계에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이번 방미 기간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자료 제출 범위 축소 등의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입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지원금 신청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총서 “우리 신공장이 전공정이 아닌 패키징인만큼 SK하이닉스 전체의 수율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전공정)공장을 지어야 하는 (회사의) 입장보단 덜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밝힌바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보조금 신청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밀 유출 논란 등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해법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 이익 공유 등 보조금 신청 요건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는 각각 전기차 보조금 제외 해소 및 배터리 관련 불확실성 해소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IRA 세부사항에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최종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16종에는 현대차·기아 차량이 모두 제외된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IRA 적용이 제외되는 상업용 자동차 규정을 활용해 활로를 찾는 상황에서 이번 방미로 보조금 제외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북미산 전기차에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가 공급되는 것을 지렛대로 활용해 한국 업체에 대한 세부규정 적용을 유연화하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IRA와 같은 보조금 규정이 궁극적으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이 업체들이 광물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때까지 시간적 유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 배터리업계의 경우 당장은 IRA 시행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5년부터는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동해 쓰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핵심광물의 탈중국과 공급망 다변화가 과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방미가 ‘첨단기술 동맹의 강화’에 방점이 찍힌 만큼 IRA 전기차 보조금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이번 순방 일정 중 양국 기업·기관 간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 산업 공급망 협력을 위한 수십여건의 MOU(양해각서)가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된 IRA 세부지침은 적용시점부터 60일 동안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