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대에도…농식품부, ‘수입콩 공매제’ 또 다시 강행
공매 물량 8000t으로 줄인다더니…9500t으로 늘어 영세업자에 불리한 입찰 여전…업계, 탄원서로 규탄
2023-04-23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수입콩에 대한 수입권 공매제도’를 둔 관계 부처와 업계의 지지부진한 논쟁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수입콩 공매제 시행 체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은 도입 이래 지속돼왔다. 해당 제도는 밥상물가 안정 및 국산 원재료 가격 폭락 방지 등의 목적으로 2019년 도입됐지만, 현재 콩 수급 불안정 및 원재료비 인상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변질됐다. 관련 제도 폐지를 외치는 시장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올해부터 공매 운영 물량을 기존 3만8000t에서 8000t으로 축소시키는 등 소극적 타협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농식품부는 사업확장 및 신규창업 등 비정기적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공매 운영 물량의 잔류 사유를 제시했지만, 실수요 단체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창업의 경우 기존 운영 업체와의 통합 입찰제도가 아닌 별도의 공급방식으로 안정적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20일 2023년도 식품가공용 수입 식용대두 1차 공매(판매)를 추진했다. 공매 예정가격의 15%를 상한가격으로 설정해 초과 시 유찰하며, 응찰 기준 가격은 인천 정선공장 상차도 50kg 포장물에 대한 1kg당 가격이다. 공매제 폐지는 차치하고, 예정 가격 이상 최고가순 낙찰자를 선정하는 등 일반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고수했단 점에서 업계 종사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간 관련 업계가 공매제 폐지를 촉구해 온 최대 이유는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운영 방식 때문이다. 현행 수입콩 공매는 수요자의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낙찰되는 구조다. 압도적으로 콩 사용 물량이 많은 대기업 산하 업체들이 물량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된다. 전국 1500여개 두부가공업체 중 90%는 정부에 의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만큼 영세한 기업이 많아 입찰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공매입찰 참여를 위한 사전준비, 투찰 등에 추가적 인력 낭비가 발생하며, 10%의 보증금 사전 납부로 기업 현금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자금력이 열악하고 기존 실적이 적은 실수요업체 및 소상공인은 응찰에 참여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발표한 공매 계획물량 역시 연초 제시했던 8000t보다 많다. 1차 4월 500t, 2차 6월 500t, 3차 9월 2000t, 4차 11월 3000t, 5차 12월 3500t 등 총 5회 9500t이다. 원재료 수급 단계부터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두부 등 콩 가공 상품의 소비자 가격 역시 덩달아 오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외 7개 대두 실수요단체는 탄원서를 통해 공매제도의 폐지를 건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직배 수입콩 공급 물량이 상당량 부족해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단 입장이다. 지난해 공매 응찰가격은 당해 11월 9일 인상된 직배가격(1400원/kg)의 15%(1610원/kg)를 상한 가격으로 설정해 초과 시 유찰 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상한가 응찰 후 미낙찰된 실수요단체·업체가 희망 시 상한가로 응찰물량 이내 추가 공급했다. 연합회는 인상된 직배 대두 가격에서 추가로 15% 인상한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지금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 원자재가격 인상은 제품가격 인상으로 연결돼 고물가 시대에 악순환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제도의 폐단과 불합리성이 곳곳에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단 걸 부정할 수 없다”며 “공매제도를 폐지하고 식용 대두 TRQ 물량 전체를 실수요자배정으로 전환하고 착유용 대두 및 밀(가루)처럼 실수요단체 및 실수요업체가 제품의 용도에 맞는 원료를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