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공든 탑 무너지는 '항공 보안', 우리 사회 모두가 지켜내자

보안 검색원만 문책하는 현 제도 불합리 국토부·경찰 등 관계 당국, 상호 협력해야

2024-04-23     박규빈 기자
황호원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요즘 심상치 않다. 지난했던 코로나19 위기도 극복해 점차 활기를 찾으며 희망찬 기대에 부풀었는데 최근 일련의 보안 사고로 2001년 3월 개항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항공사와 공항 당국 역시 미흡한 보안 대처로 말미암아 심각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됐고, 국내 입국이 불허된 카자흐스탄인 2명이 송환 대기 중 탑승구 유리창을 깨고 외곽 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한 사건이 발생했다. 급기야는 길이가 21㎝에 달하는 칼이 발견되는 등 황당한 항공 보안 사고들이 연이어 터졌다. 항간에서는 '항공 보안이 '총·칼'에 모두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공든 탑을 쌓아왔어도 단 한 번의 항공 보안 실패로 말미암은 타격은 다른 분야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항공 보안은 다른 분야와 달리 상호 보완적 협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요구하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정부·공항공사·항공사·학계 등 모두가 하나의 목표 아래 합심해 각자 항공 보안 영역 내 역할을 묵묵히 해내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잡는다'는 옛말이 있듯, 이제는 항공 보안 종사자에게만 항공 보안을 맡겨서는 안 되는 시대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1년을 '보안 문화의 해'라며 항공 보안을 일부 담당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승객을 비롯, 우리 모두가 보안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내 난동 등 불법 행위·위해 물품 검색 등 전통 분야 외에도 최근에는 △사이버 보안 △내부자 위협 △드론 침입 △마약류 운송 등 새로운 위협 요소들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승객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공항 검색대에서 색출해내는 위해 물품은 승객 17인당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다. 이와 같은 '승객 부주의'는 테러를 방지하는 중요한 임무에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는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 '항공보안 365', 한국공항공사(KAC) 카카오톡 챗봇 '물어보안'과 '항공보안자율신고제도' 등을 통해 얼마든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총기 등 위해 물품을 소지한 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려는 승객에게도 무거운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의 경우 승객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도 없이 오직 보안 검색 요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관련 규정을 수차례 위반하는 등 중과실을 범한 탑승객에게도 범칙금 부과를 포함, 제재를 가하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관계 당국들의 상호 보완적 협력 시스템도 필요하다. 최근 사건들에 대한 국가 기관들의 대책에 있어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분위기는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 주요 방어시설인 국제공항의 최종 책임 기관은  경찰이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에 최근 경찰단으로 관할 조직의 급과 규모를 상향·확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도 사건 발생 수습 과정에서 지시·징계에 치우치기 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등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항공 보안 현장 종사자들의 전문성도 제고해야 한다. 우선 보안 검색 요원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우 개선과 사기 진작이 전제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자격증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항공사의 경우 운항 중인 기내에서 유사 시 객실 승무원들이 특별사법경찰관의 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내실화 해야 한다. 국토부 항공보안정책과의 중요한 역할 수행을 위해 인력 보충은 물론, 항공보안감독관 제도를 개선해 '전문 임기제'도 도입하길 제안한다. 이 같은 노력을 기해 총체적 난국에 처한 항공 보안의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