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친화 사회’ 시작은 ‘차별에서 다름으로’ 인식 전환부터
2024-04-2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19일 발표한 ‘2022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를 보면 한국의 등록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65만 2,860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해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다. 등록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의 확대, 등록제도에 대한 이해도 상승으로 등록장애인 비율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전체 인구의 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등록장애인은 60대가 23.7%인 62만 6,388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1.6%인 57만 3,767명으로 뒤를 이었다. 등록장애인 중 65세 이상 연령층 비율은 2011년 38.0%에서 꾸준히 상승해 작년 52.8%까지 높아졌다. 65세 이상 인구 926만 7,290명의 15.1%인 140만 1,523명이 등록장애인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57.8%인 153만 4,655명이고 여성은 42.2%인 111만 8,205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등록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경기도로 22.0%인 58만 4,834명이며, 다음은 서울시로 14.8%인 39만 1,859명이 거주했는데 이를 합치면 36.8% 수준으로 3명 중 1명 이상이 수도권에 살았다. 장애 유형별로는 지체장애가 44.3%인 117만 6,291명으로 가장 많았고, 청각장애는 16.0%인 42만 5,224명, 시각장애는 9.5%인 25만 767명, 뇌병변장애는 9.3%인 24만 5,477명, 지적장애는 8.5%인 22만 5,708명의 순이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새로 등록한 장애인 7만 9,766명 중에서는 청각장애가 32.0%인 2만 5,556명, 지체장애는 16.7%인 1만 3,352명, 뇌병변장애는 14.2%인 1만 2,107명, 신장장애는 10.3%인 8,223명의 순으로 많았다. 그러나 대중교통과 직장 그리고 여가 활동을 비롯한 일상에서 만나는 장애인은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관성적으로 비장애인 중심으로 짜여 있을 뿐만 아니라 집 안에 방치되거나 외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숨겨져 있으며, 차별의 심각성은 이마저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동권 제약이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4월 20일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3년마다 실시하는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7,02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결과 거의 매일 외출한 장애인은 45.4%에 그쳐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70.1%보다 급감했다. 반면 ‘전혀 외출하지 않았다’라고 응답했던 장애인은 8.8%로 2017년 4.5%에 비해 2배가량 늘었고, 주 1~3회 외출(32.9%)과 월 1~3회(12.9%) 외출에 그친 장애인도 증가했다. 올해 4월 19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1 장애인 삶 패널조사’에서도, 장애 여성 중 절반(50.1%)은 거의 외출하지 않거나 최대 주 1~2회 외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남성의 경우 10명 중 6명(63.9%)은 매일 외출하거나 주 3~4회 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장애 여성은 무려 15.9%나 한 달 동안 거의 외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이 외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꼽혔는데, 교통수단 이용 시 장애인의 39.8%가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수단 이용이 어려운 이유는 ‘버스·택시가 불편해서(52.6%)’, ‘장애인 콜택시 등 전용 교통수단 부족(17.4%)’, ‘지하철 편의시설 부족(12.1%)’의 순으로 나타났다.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장애인들(32.4%)도 ‘의료기관까지의 이동 불편’을 그 이유로 꼽았다. 교통약자로서의 이동권 보장에는 아직도 미완의 과제가 너무도 많다. 일본·대만의 폭넓은 저상버스나 기차 장애인석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저상버스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018년 23.4%, 2019년 26.5%, 2020년 27.8%, 2021년 30.6%로 보급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게다가 대전, 부산, 인천 등은 세종, 광주, 서울 등에 비해 특별교통수단의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릴 권리인데도 그 벽은 너무나도 높기만 하다.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 부족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임을 각별 유념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국 철도에서 장애인들도 역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설계하는 ‘스텝 프리 엑세스(Step-free access)’와 1974년 국제연합(UN │ United Nation)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나온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 │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기반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확산이 긴요하다. 미국, 대만, 일본의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영국의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북유럽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등 역사적 배경과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성별, 나이, 언어, 장애 등으로 인하여 이용에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포괄하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2021년 기준 취업 장애인은 10명 중 3명에 그친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50인 이상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민간기업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있는데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 의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0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의 신규 채용이나 구인(施救)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공공기관은 17곳, 민간기업은 419곳에 이른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기업은커녕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도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운다거나 재택근무 형태로 이름만 빌리는 편법이 잔존하고 있다.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지역사회 환경 실현을 위한 공론화와 사회적 연대가 아직 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장애인의 경제적 소외는 저소득의 수렁에서도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자신이 스스로 ‘경제적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장애인 가구는 무려 69.4%로, 국민 평균치인 39.1%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번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1 장애인 삶 패널조사’에서도 고용과 관련해서는 70.1%가 ‘장애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제한된다.’라고 생각했고, 겨우 30.6% 정도만 ‘지난주 돈을 벌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일자리가 있다.’라고 답했다. 긴급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영역도 서둘러 강화할 대상이다. 돌봄 국가책임을 확대하려면 지방자치단체 사회서비스원의 기능을 보다 확대해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정책 결정에서도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조사에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아이가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추가적 돌봄을 위한 경제 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비장애인 학생과는 다른 돌봄이 필요한 장애 학생과 그 가정에 대한 지원이 고려되지 않아 교육권이 침해된 탓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국가가 떠넘긴 장애인 돌봄에 가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23일 발생한 38년간 돌본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의 비극을 비롯해 잇따른 부모의 발달장애 자녀 살해 및 극단적 선택은 이들의 마지막 비명이자 통곡임을 명심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축사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수준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라면서 “오늘 ‘장애인의 날’이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문턱을 넘어서서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제연합(UN)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지정한 후 우리 정부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했다. 1989년 12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명시했으며, 27개 장애인 관련 단체가 매년 ‘장애인의 날’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주최한다. ‘약자와의 동행’ 선언이 사회 각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 선언이 말 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애인 정책 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일상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체장애인 10명 중 9명이 사고·질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얻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큰 경종(警鐘)이 아닐 수 없다. 약자가 살기 편한 곳이 모두가 살기 편한 곳이다. 장애인이 서럽고 고통받고 이동하기 어려운 나라는 좋은 사회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장애는 차별과 혐오,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 다름과 존중, 배려의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긴요하다. ‘장애인 친화 사회’ 시작은 ‘차별에서 다름으로’ 인식 전환부터임을 각별 유념하고 장애인(心理缺陷人)에게는 장애(長愛 │ Long love)가 필요하다. 순간의 관심보다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사랑이 절대적이다. 왜냐면 열정은 온도가 아니라 지속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애인 인권 헌장을 되뇌며. 장애인(心理缺陷人)을 장애인(長愛人│ Long lover)으로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존중받는 다름의 동행과 동반, 동참, 동고, 동역의 출발이길 소망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