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빚투 10개월래 최대 ‘과열주의보’

올해 들어 신용거래융자 4조원 불어… 코스닥서 3조↑ 한투증권 신용거래 중단… NH·KB 일부종목 대출 중단

2023-04-25     이채원 기자
빚투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올해 처음 20조원을 넘긴 가운데 코스닥시장에서 빚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이달 투자경고를 받은 종목이 속출하면서 투자과열 우려가 커졌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40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6조5186억원) 보다 4조원 가량 증가했으며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가 커졌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7조7609억에서 이달 21일 10조5385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이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시장경보 조치를 받은 종목도 다수 나왔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53건(48종목)의 투자 경고 종목 지정이 발생했다. 이중 이달 21일까지 발생한 건은 24건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특히 시장경보제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투자위험 종목 지정은 올해 4건(3종목)이 발생했는데 모두 3월 말에서 4월에 나왔다. 자이글, 알에프세미, 이브이첨단소재가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 종목은 이차전지 테마주로 엮여 올해 들어 24일까지 각각 289.7%, 1055.8%, 767.78%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지수 900선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신규 신용매수는 감소했다”며 “하락 영향력이 큰 종목의 경우 대체로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은데 지수 단기 고점 인식에 따라 신용물량이 청산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증가하면서 증권사들도 증거금률을 높이거나 일부 종목의 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9일 포스코DX, 포스코스틸리온, 알엔투테크놀로지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을 100%로 변경했다. KB증권은 알엔투테크놀로지에 대한 신용대출 증거금률을 100%로 조정하고 대출을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 주문과 예탁증권담보대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보유 중인 융자와 대출 잔고에 한해서는 요건 충족 시 만기연장이 가능하다.

키움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유형 중 ‘키움형 대용’의 보증금 내 현금 비율을 높였다. 현금 비율을 기존 5%에 15%로 높이고 보증금률에 따라 대용 비율을 40~55%에서 30~45%로 낮췄다. 신용융자 매수 시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는 비중인 융자비율은 95%에서 85%로 조정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주식시장의 이상과열에 따른 불공정거래를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5일 열린 임원 회의에서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 등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또 올해 들어 이차전지 등 미래 성장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조사 부문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