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유예에 가려진 대출부실 수면 위로
은행 대출 연체율 0.36%…30개월 만에 최고
대기업 外 가계·기업대출 연체율 모두 상승
금융지원 종료에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 상승
PF發 부실에 경매 유예 조치까지 악재 겹쳐
2024-04-2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 현상이 길어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연체율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고금리 피해를 예상해 충당금도 착실히 쌓아온 데다 건전성도 아직 양호하다고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고 최근 전세사기로 인한 경매 유예 조치 등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연체율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은행권은 '연체율과의 전쟁'을 준비해야 상황이 됐다.
실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2개월 연속 크게 증가하며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25일 발표한 '2023년 2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월말(0.31%)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월말(0.23%)과 비교해서도 0.11%포인트 올랐다.
1월말에 전월대비 0.06%포인트 오른 데 이어 2월말에도 연체율이 뛰면서 지난 2020년 8월(0.3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2022년 6월 0.20%까지 내려갔던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상승하는 추세인데 기준금리의 지속적 상승 여파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연체율은 2월말 0.09%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전년동월(0.05%) 대비로는 0.04%포인트 상승했다. 2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도 1조9000억원으로 전월과 같은 규모였다.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을 제외한 가계와 기업대출 전분야에서 연체율이 증가했다.
2월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월말(0.34%) 대비 0.05%포인트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7%)은 전월말(0.39%) 대비 0.08%포인트 늘었다. 이 가운데 중소법인 연체율(0.52%)은 전월말(0.44%)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39%)은 전월말(0.33%) 대비 0.06% 상승했다.
다만 대기업대출의 경우 연체율(0.09%)은 전월말과 같은 수준이었다.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전월말(0.28%) 대비 0.04%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0%)은 전월말(0.18%)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0.64%)은 전월말(0.55%) 대비 0.09%포인트 늘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익스포저에 전세사기로 인한 경매유예 조치까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모두 2479세대로 이들에 대해 경매유예가 내려진 상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를 6개월 이상 연기하다 보면 해당 기간 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충당금 압박도 여전히 부담이다.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 상황에서 충당금을 쌓다보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 등에 대해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내부 통제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체율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연체율 수준이 코로나19 수준까지 되오른만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부실 리스크 대비도 향후 경영전략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