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에는 '돈 봉투'로…여야 '물타기' 공방

이재명 "김현아·박순자 관심 없나"…'되치기' 시도 與 "해명 안되면 물귀신 작전…본인만 더 옹색해져"

2023-04-26     조현정 기자
송영길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터져 나오자 일제히 역공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이미 공천 헌금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은 박순자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소환하며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야 모두 '돈 봉투'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지만 일각에서는 논점을 흐리려는 '물타기'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김현아·박순자 전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시선 분산을 시도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국민의힘을 향해 "박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가나. 관심이 없으신가 보다"라고 반문했다. 24일에는 "김 전 의원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모르는가"라며 여권 인사를 잇따라 거론했다. 국민의힘 고양정 당협위원장인 김 전 의원은 전·현직 시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요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경기 안산 지역 시의원들에게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해 구속기소 돼 같은 해 12월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응에는 의혹이 단순히 민주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민의힘에도 만연하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의원은 고양시에서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녹음된 녹취가 있다고 한다. 왜 이런 내용이 1년 전부터 있었는데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가"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 "박 전 의원이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를 요구했던 내용, 하영제 의원이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를 요구했던 내용에는 조용히 가고 민주당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왔던 것들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내용을 낱낱이 세상에 밝히고 국민의힘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돈 봉투에는 돈 봉투' 되치기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에서 나온다.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권의 오랜 병폐 중 하나가 프레임 전쟁"이라며 "우리 잘못을 덮기 위해 저쪽의 잘못을 들춰내고 프레임을 계속 갖다 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갑석 최고위원 역시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의 발언은 상식적 수준의 문제 제기였던 것 같다"면서도 "당의 돈 봉투 사건이 덮어질 수 있다거나 그런 인식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가 박순자·김현아 두 전직 의원을 언급한 것에 '돈 봉투' 의혹 파장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라고 성토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봤자 본인만 더 옹색해지고 그릇이 작아 보인다"며 "차라리 침묵하시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내용에 해명이 안되면 물귀신 작전, 물타기밖에 남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많이 다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자신 있게 이야기 드릴 수 있는 것은 만약 경찰 수사 결과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거나 문제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아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