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런 날씨에 작황 빨간불…식탁물가, 또 다시 폭등 위기

설탕 국제 가격 11년 만에 최고치…원당 수입‧제과업계 노심초사 국내기업, 원재료 대부분 수입…작황난 장기화 시 가격 인상 불가피

2023-04-26     김민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탁 물가에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주요 농수산물의 작황이 부진하자, 세계 곳곳에서 연일 식자재 몸값이 치솟고 있다. 식음료 업체들은 올 초부터 수차례 공급 가격 줄인상을 단행하며 원가 및 경영제반비용 부담을 방어했던 바 있다. 소비자들의 부정적 여론과 정부의 압박이 심화된 상황 속 원자재값 폭등으로 또 다시 N차 인상이 불가피해진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설탕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기준 영국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의 백설탕 선물 가격은 1t당 684달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27.0으로 지난 1월(116.8)에 비해 약 9% 오른 수치다. 이상 강우 등으로 인해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을 비롯한 인도, 아시아 주요 생산국의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했고 수확이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극심한 여름 가뭄에 따른 유럽 사탕무의 저조한 수확,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는 데 따른 수요 증가세도 설탕의 가격 오름세를 부추겼다. 이밖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감산 결정을 하고, 이것이 사탕수수를 에탄올 생산 쪽으로 유도하게 할 경우 설탕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설탕은 빵과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식음료 및 외식업계 N차 줄인상이 예고된다. 원당 선물 가격도 이달 들어 파운드당 24센트를 넘어서는 등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당을 수입하는 제당업체들과 설탕 사용 비중이 높은 제과‧제빵 업계는 충분량의 비축분이 있어, 당장의 수급난과 가격 조정 계획은 없단 입장이다. 하지만 작황난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하반기 엘니뇨 발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오는 5∼6월 엘니뇨가 형성될 가능성이 62%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엘니뇨 리스크가 아시아 생산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선 전남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에 1년 넘게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호남지역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이했다. 해당 지역의 평년 강우량은 1400mm 정도인데, 지난해에는 850mm에 미쳤다. 평년에 비해 60% 수준이다. 한식에 많이 쓰이는 식재료인 양파, 대파 등의 주산지로, 외식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초 남부지방에는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강우로만 봤을 때는 가뭄 단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기후이상발 작황난이 장기화에 접어들 시, 줄인상은 불가피하단 게 업게의 공통된 전언이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공급가 조정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단 설명이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이 닫히자,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들고, 식품산업계 경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이 하락세일 때 대량으로 비축해 안정적인 수급 및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데, 그 기간은 약 3~6개월 정도”라며 “이 외에도 경영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한 내부적인 출혈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식자재 가격 불안정세가 장기화될 시 공급 가격 상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