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외교갈등’에 고삐 풀린 환율

26일, 장중 1340원 돌파...5개월만에 최고치 달러화 지수 약세에도 원·달러 환율 요동 흐름 전문가들 "악재 겹쳐 상단 1350원 열어둬야"

2024-04-26     이광표 기자
26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오름세가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와 미·중 갈등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약화, 한중 외교갈등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1원 오른 달러당 1336.3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 시작 후 1340.5원까지 오르면서 13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28일(1340.2원) 이후 5개월 만이다.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연금간 3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체결 효과도 좀처럼 나타나질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화지수(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낸 지수)와 원화의 비동조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최근 환율의 특징이다. 유로화의 강세로 달러화 지수는 101.5선에서 안정됐지만 환율은 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달러화지수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더 뛰리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얘기다. 환율이 오르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반도체·대만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 꼽힌다. 연초 달러당 6.6~6.7위안이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6.9위안 부근을 오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간주돼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도체 문제는 한국이 직결돼 있고, 대만과 관련해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수출 부진, 무역적자 지속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는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7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4월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배당 역송금)하는 시기라는 점도 원화 약세의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방을 일단 1350원대까지 열어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당분간 중국 경제보다 외교적 리스크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과 한국 등을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이 위안화 흐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금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