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 발의

"사기 의도 명확한 대규모 피해만 2년 한시 구제" 야당 마찰에 5월 국회로… '희망고문' 지속

2023-04-27     이소현 기자
원희룡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다만 정부는 2년 한시로 대규모 사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다.

반면 야당과 피해 단체들은 '선(善)보상 후(後)구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 처리가 오는 5월 중에나 가능한 상황이라 피해자들에 대한 희망고문이 우려된다. 정부는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피해자가 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유예·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피해자의 주거 안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피해자가 집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금리 연 1.85∼2.70%의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최대 4억원 한도로 최장 만기 30년, 거치기간 3년을 적용한다. 소득요건 때문에 받을 수 없는 경우 특례보금자리론 우대를 제공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내야 하는 취득세·재산세도 깎아준다.  낙찰받지 않는 피해자는 공공임대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 받아 해당 주택 매입하고 피해자에게 재임차한다. 최장 20년까지 임대료 시세의 30~50% 수준에 이를 공급한다.  지방세 납부기한은 최대 1년 연장하고, 징수·고지·체납처분은 유예한다. 소득과 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생계비(월 62만원)·주거비(월 40만원)를 지급하고, 연 3% 금리의 신용대출도 최대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또 조세채권을 임대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고르게 분배한다. 기존에는 경매를 먼저 시작한 주택에서 국세를 일괄적으로 회수해 경매 순서가 빨랐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속출했다. 법 적용을 받으려면 6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조건은 △대항력·확정일자 △임차 주택 경·공매 진행 △서민 주택 △사기 의도가 있는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이다.  특별법은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관건은 정부가 야당과 피해 단체의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다. 야당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공공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등 정부가 보증금을 직접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1개월 이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피해 범위를 포괄했다. '깡통전세'와 같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지원하자는 것이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사적인 권리관계에 국가 개입은 전세사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은 "가상화폐 영끌은 채무 탕감이 되고 전세는 안 되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