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환경’ 압박에 눌린 산업계…국민·기업 불편 커진다
급격한 친환경 전환에 中企 중심으로 애로 가중…“필요성과 취지는 공감” 소비자간 ‘갑론을박’ 지속…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심 친환경 산업 확대 전망
2023-05-01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급격한 ‘친환경’ 전환에 산업계를 비롯한 일반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에 따른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시대적 흐름임을 고려해도, 보다 성숙한 전환을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작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보증기금에서 55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저탄소・친환경 경영’ 실태조사 결과, 탄소중립 관련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3.2% 수준에 불과했다. 탄소중립 경영을 위한 평균 투자 금액은 약 4억원이며 향후 약 1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응답했다. 탄소중립 경영에 나설 경우, 애로사항으로는 비용 부담과 정보 및 지식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또 정부의 저탄소·친환경 제조 전환을 위한 자금 지원, 교육 및 정보 제공, 친환경 제품 개발 연구개발(R&D)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같은 어려움에도 다수의 중소기업은 친환경 체제 전환 그 자체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 녹색전환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 30.6%가 녹색(친환경)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은 49.0%에 육박했다. 이에 공감하지 않는 중소기업 비율은 15.1%에 그쳤다. 해당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녹색전환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당장 비용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시설, 설비투자로 인한 비용 증가(45.9%)’, ‘제품가격, 전기요금 인상 등 제조원가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35.2%)’ 등이 거론됐다.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친환경 전환에 대한 의견이 양분돼 있다. 일례로 ‘그린워싱’을 둘러싼 논쟁이 거론된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과 같은 제품·이벤트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는 민간업체의 에코백·텀블러 등 다회용기 및 제품 증정 등이 꼽힌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과 불필요한 제품 생산을 통해 생활 폐기물을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대학생 A씨는 “텀블러 등과 같은 다회용 용기 사용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한 번이라도 감소하면 그것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느냐”라며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단계에서 과도기적인 부작용의 발생은 어떤 과정이든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B씨는 “현재 집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에코백, 텀블러 등만해도 열개에 이른다”면서 “사용하지도 않는 제품을 계속 만들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산업계의 애로 호소와 일반 소비자의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계의 친환경 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이 자국 중심의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산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탄소중립 산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친환경 산업 공급망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EU 내에 친환경 산업 생산시설 확대하기 위함이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국내 친환경 산업 육성에 나섰다. 미국은 북미에서 제조, 생산되는 친환경 제품 및 기술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후에도 주요국의 주도 속 친환경 산업 육성 및 확산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중소기업 등 ‘친환경 인프라’가 부족한 취약 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과 ‘속도조절’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