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디폴트옵션發 30조 연금런 우려

7월부터 별도 지시 없으면 다른 금융 상품으로 예치 저축은행 퇴직연금 의존도 70%…유동성 관리 촉각

2023-04-27     홍석경 기자
디폴트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오는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을 앞두고 저축은행이 보유한 퇴직연금 자산이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가입자가 만기가 도래한 퇴직연금 자산에 대해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한 금융 상품으로 자금이 옮겨간다.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퇴직연금에서 자동 재예치가 안 되고 디폴트옵션에도 포함되지 못해 자금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32개사의 퇴직연금 자산은 29조98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규모는 2018년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허용한 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예금도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예치할 수 있도록 했다. 저축은행 퇴직연금 규모는 2018년 첫 시행 당시 1조 원대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25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2021년 말 현재 DC형 가입자는 352만명, IRP 가입자는 277만명으로 추산된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커지자 조달 측면에서도 의존도가 높아졌다. 퇴직연금 자산은 저축은행의 경영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저축은행은 가입자에게 직접 연금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제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다. 이를 통해 저축은행은 퇴직연금 마케팅, 모집 인력 등에 쓰이는 영업 비용을 절약한다. 또 노후자금으로 활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상 일반 예·적금보다 고객이 장기간 돈을 맡겨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에 적립된 퇴직연금 중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DC·IRP형 비중은 현재 7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7월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인해 퇴직연금 유입액이 줄어들 경우,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디폴트 옵션에서 저축은행이 제외된 배경은 예금의 총한도가 정해져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어도 현금이 자동으로 유입해야 한다. 규모가 큰 시중은행은 예금을 조건 없이 받을 수 있지만, 저축은행은 밀려오는 수신을 대출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디폴트옵션이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에만 작동하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연 4%대를 유지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고금리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상품 대부분은 3%대에 그친다. 5대 시중은행 1년 만기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상품 금리는 연 3.20~3.40% 수준이다. 업계에선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자금 이탈 가능성과 관련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 저축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예금 채널 다변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저축은행의 조달 채널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퇴직연금에 편중된 저축은행의 예금 구조를 개인·기업 등으로 균형감 있게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