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歐, 원전 두고 갈등…韓기업 “어느 장단 맞추라고”

원전 드라이브·탈원전 공존하는 유럽 韓, 전력 부족에 관련 시장 확대 계획

2024-05-01     김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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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유럽연합(EU)이 핵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했지만, 국가별로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며 한국 원전업계가 유럽 각국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신냉전’ 구도는 유럽의 원자력 발전 확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탈원전 계획을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중간 단계로 보고 LNG 발전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러시아가 LNG를 무기화하며 LNG 가격은 폭등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러·우 전쟁 이후 LNG 시장의 구조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러·우 전쟁이 초래한 가스공급 차질은 글로벌 LNG 시장의 중·단기 수급 구조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LNG 시장은 당초 2020년대 중반까지 공급과잉이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러·우 전쟁 이후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2026년 이후에야 수급이 균형을 찾을 전망이다. 이에 원자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유럽은 원자력 발전 투자를 택소노미에 포함했다. 원자력이 화석연료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발전 비용이 저렴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다만 유럽 각국은 원자력에 대한 입장이 갈린 상태다. 프랑스는 핀란드를 비롯한 10국과 함께 원자력 동맹을 결성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으로 인한 러시아의 보복성 전력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었다. 벨기에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최신 원전의 가동기한을 2035년까지 연장했다. 반면 독일은 최근 원전을 전면 폐쇄했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장관은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언급하며 “탈원전은 독일을 더욱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 등은 이미 탈원전한 상태다. 유럽 내에서도 원전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자 원전 수출을 국정과제로 내건 한국의 원전기업들은 유럽 각국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 전력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유럽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원자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지난달에는 유럽 수출형 원전 APR1000의 표준 설계가 유럽사업자협회의 설계인증을 받았다. 유럽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안전 및 성능요건 등을 충족하며 유럽 원전 수출시장에서 추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외교의 중심은 경제”라며 “앞으로 글로벌 협력을 확대해 원전·반도체·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수출 성과와 해외시장 개척을 이뤄내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