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미 정상회담 성과 '공방'…"새 이정표 수립" vs "외교 실패"
김기현 "한미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 민주당 "국회 운영위 소집, 회담 결과 정부 상세한 답변 요구"
2023-05-01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국민의힘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치켜세웠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사기 외교"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이번 정상회담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예고해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방미에서 '워싱턴 선언', 윤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등을 통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 경제산업 협력 확대 등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워싱턴 선언'을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핵 협의그룹을 설치해 우리나라가 핵 운용에 대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북핵 대응에 특화된 확장 억제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이런 수준의 확장억제 합의를 나토와 같은 다수 국가가 참여한 것이 아닌 개별 국가 사이에서 문서로 맺는 것은 대한민국이 유일한 사례이며 한국형 확장억제의 구체화로 실행력의 질적 강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또 "군사동맹에서 더 나아가 첨단 경제기술동맹으로의 확장과 아울러 자유·평화·번영을 기초로 한 글로벌 가치동맹을 완성했다"며 "긴밀한 한·미·일 3각 공조를 확인했으며 여기에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한미 양국이 명확한 의미로 확장억제책에 합의한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에 큰 담보가 되어 줄 것"이라며 "핵협의그룹은 나토식 핵 공력보다 더 실효성을 갖춘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자체 핵무장보다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여당의 평가를 "자기 마취와 과대평가"라고 평가 절하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빈손 외교'를 넘어 '대국민 사기 외교'로 막을 내렸다"며 "정상회담 직후 우리 정부가 '사실상 핵 공유'라고 하자, 미국 측에서 단박에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권 수석대변인은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한 것', '핵 공유가 느껴질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을 '궤변'이라고 질타하며 "핵인지 감수성'이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할 판"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익을 위한 여러 양보나 진지한 고민이 미국 측에 없었고 그걸 얻어내지 못했던 외교의 실패"라며 "여당이 주장하는 만큼의 내용이 아닌 건 누구나 해석하는 바다. 거기에 대해서도 과대평가, 과대포장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부에서 얘기했던 대로 핵 공유가 목표였다면 실패한 것이고 '아메리칸 파이'가 목표였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방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오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사안인 만큼, (운영위 소집을 통해) 한미 회담 결과와 향후 영향에 대한 정부의 상세한 답변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께서 환대를 받으신 것 같긴 한데, 문제는 경제 그리고 안보의 상당히 많은 문제점이 새롭게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