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업계, ‘세계의 공장’ 인도 공략 가속화
현대차그룹, 세계 3위 車시장서 케파 증대, 전기차 선점 박차 삼성·LG, 프리미엄 제품군 현지생산 확대…높아진 눈높이 대응 효성, 인도 생산설비 증설에 ‘힘’…현지 스판덱스 점유율 60%
2023-05-01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급망 재편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체 생산기지이자 매력적인 소비 시장으로 인도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급증하는 인도 시장 수요에 대응해 현지 케파(생산능력) 증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GM 인도 공장의 인수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텀시트(주요 거래 조건서) 작성에 서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1공장을, 2008년 2공장을 세운 바 있다. 현대차는 GM 공장 인수 등을 통해 현지 생산 목표치를 100만대까지 올려잡았다. 이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 공략을 가속화 하기 위함이다. 인도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425만대를 판매,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특히 인도는 중국을 뛰어넘은 14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자동차 보급률도 1000명당 32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인도 시장 2위인 현대차·기아는 현지 케파 증대와 더불어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타 완성차 대비 빠른 전동화 전환을 무기로 현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며 시장 파이를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인도에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투입을 본격화한 데 이어 전기차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시장성이 높아진 인도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다. 현지 노이다 공장에선 갤럭시S23에 이어 올 하반기 갤럭시Z폴드5, 갤럭시Z플립5의 인도 물량을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형 제품 생산을 잇따라 노이다 공장에 배정하는 건 그만큼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하만도 인도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만은 올 2분기 인도 첸나이에 자동차 엔지니어링 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하만은 첸나이의 우수한 인프라와 고급 인력을 활용, 신규 센터를 전장 기술 개발의 요충지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센터에는 첫해에만 200여명이 투입된다. 특히 방갈로와 푸네에 위치한 사업장과 연구개발(R&D)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인도 푸네 공장에 20억루피(약 304억원)를 투자해 양문형 냉장고 라인을 증설했다. 신규 라인은 연간 약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앞서 푸네 공장은 저가형인 1도어와 2도어 상하 냉장고를 생산했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대응해 관련 매출 신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LG전자는 올해 인도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워 25~30%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효성 역시 인도 생산설비 증설에 힘을 싣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경우 2021년 9월부터 6300만달러를 들여 인도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 중이다. 인도는 물론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비한 생산시설 확대 차원이다. 효성티앤씨의 인도 내 스판덱스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스판덱스는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화학섬유 업계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인도경제 현황과 성장잠재력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앞으로 미국‧인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미국의 탈중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과 함께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인도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도 경제의 고성장에 대비해 적극적인 인도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