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재무, 내달 1일 디폴트 가능성 경고…"부채한도 올려야"

재무 장관, 의회 서한 보내…'막대한 경제적 결과' 경고 민주-공화 간 정치적 대립 지속되며 '국가부도' 우려

2023-05-02     염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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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국가부도(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피하려면 의회가 다음 달 부채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1일(현지시간) 촉구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이다. 옐런 장관은 채무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하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미 의회가 부채한도 마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CNBC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세금 영수증 검토 결과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6월 1일 정부는 채무를 계속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채무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미국 가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글로벌 리더십 위상이 훼손되며, 국가 안보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가 대립을 계속하며 데드라인을 넘긴다면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이 이날 내놓은 재정 소진 시점은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것이다. 골드만삭스만 해도 이번 주에 새로 내놓은 추정치에서 재정 여력이 소진되는 날짜를 7월 말로 예상했다. 다만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혀 이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의견이다. 의회 예산국(CBO)도 이날 부채한도가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재정이 소진되는 시점을 오는 6월 초로 앞당겼다. CBO의 필 스와겔 이사는 "지난 4월까지 걷힌 세수가 CBO가 지난 2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기 때문에 재정이 오는 6월 초에 바닥날 위험이 훨씬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의 서한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 정치적 교착상태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정부 지출 삭감과 부채한도 상한을 연계한 법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피력하며 여야 대립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의장은 이날 법안 표결 직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한편, 상원에도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승인하거나 자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같은 날 매카시 의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매카시 의장과 기꺼이 만날 것이지만, 부채한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것은 협상 불가"라고 못 박았다.

여야 간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며 미국은 올여름 국가부도 위험으로 더 다가섰다. 미 의회가 부채한도 마감을 넘기도록 대립을 계속한다면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재정 절벽'이 닥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재무부가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구체적인 마감 시점을 공표한 만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