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젊어진 식품업계, 저성장 위기에 ‘경영 시험대’ 올라

글로벌‧신사업 확대에…‘젊은 감각’ 오너 3세, 세대 교체 속도 고속 승진‧지분율 확대‧주요 직책 전담…후계 작업 힘 싣는다

2023-05-02     김민주 기자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세대교체에 속도를 낸 식품업계 오너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정체‧과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고자 주요 식품 기업들은 MZ세대인 오너 3세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현재 식품업계는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유통기업’으로의 정체성 확장이 필요해졌고, 소비 권력의 주체가 기존 밀레니엄에서 제트세대로 넘어가는 등 대대적인 변화기를 맞이했다. 신세대 수장들은 젊은 감각을 기반으로 기업 구조 및 문화의 선진화를 이끌고 혁신 신사업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렬 상무는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2021년 11월 29세의 나이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입지를 빠르게 구축해가고 있다. 신 상무가 몸 담고 있는 구매 담당은 원자재 수급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직무다. 1993년생 젊은 인재인데다, 농심이 장자 승계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다. 신 상무의 승계 과정은 신동원 회장이 남긴 발자취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신 회장은 1979년 21세란 젊은 나이에 농심에 입사해 1994년 만 36세 나이로 임원 승진 후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0년 농심홀딩스 대표직에 오르며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신 상무 초고속 승진 가도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달 전자공시 기준으로, 신 상무는 농심 미등기 임원 중 가장 높은 지분율(3.29%)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주주로는 최대 규모다. 삼양식품도 3세 경영 보폭을 확대 중이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은 2019년 해외사업본부 소속 부장으로 입사한 후,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삼양식품그룹 계열사 삼양애니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양애니는 지주사인 삼양내츄럴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회사로,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운영한다. 전 대표는 삼양식품의 향후 미래지향적 사업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사 단독 CEO로, 경영수업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단 해석이 나온다. 그간 ‘불닭볶음면’에 치우쳐진 수익 구도를 다각화하는 것은 삼양식품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삼양애니는 캐릭터 상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는 만큼, 불닭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비롯해 비식품 부문까지 신사업 보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수성부장을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에 입사한 후, 1년 6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이다. 담 상무는 향후 기획, 사업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담 상무는 전사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 수립, 매출 및 손익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로, 승계에 관해 논하기 이르다고 볼 수 있지만 그룹 내 주요 요직 최전선에서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며 “오너 3세는 또래 MZ세대 직원들과 소통을 꾀하며, 디지털화, 기업 문화 선진화, 신사업 발굴 등에 적극적인 모습이 특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