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잇다”…이건용의 세상을 보는 눈
참여하고 연대하는 예술, 갤러리 X2의 개관전 ‘身念/信念[신;념]’ 오는 18일 개막
2024-05-02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 X2’는 오는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전시회 <身念[신;념]>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건용 작가의 후원으로 개최된 제1회 아르브뤼 미술상 공모전은 그가 발달장애 예술가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이건용 작가는 “중요한 사람들은 우리의 앞이 아닌 옆에 있다”라며 “아르브뤼 미술상이 옆의 타자(他者)들과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신체를 통해 장소나 시간 등 다양한 요소와 관계를 맺는 일종의 사건이다. 즉, 중요한 것은 정신이 아니라 실재하는 물질인 것이다. 따라서 이건용 작가의 작품은 실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자신의 신체를 작품의 주요한 매체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다. 움직임이 낳은 궤적, 그 흐름 자체가 예술이다. 결국 신체에 관한 그의 사유는 인종이나 성별, 나이와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예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정신을 본받아 순수한 미학적 관점으로 작품에 접근해 장애인 예술의 가치를 재고하기 위해 기획됐다. 따라서 1층에서는 이건용의 원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고, 지하 1층에서는 아르브뤼 미술상 최우수상 수상자인 윤진석 작가와 우수상 수상자인 신현채 작가는 물론 황성제, 임이정, 심승보 작가의 작품 또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윤진석, 신현채, 황성제, 임이정, 심승보 작가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고 있다. 윤진석 작가는 시계를 통해 기억을 기록으로 변환한다. 그에게 시계는 삶의 축적이자 세계를 보는 안경이다. 신현채 작가는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묘사를 통해 시각 너머의 감상을 안긴다. 황성제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로봇의 형태로, 임이정 작가는 비정형의 색면으로, 심승보 작가는 자연합일의 정신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각기 다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하게 대우하기보다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희망이다. 인간은 모두 각자의 언어로 세상을 향해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신체적 장애는 자기표현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 속에서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장애인을 대하며 그들이 자신의 힘으로 직접 성취할 기회를 앗아간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에서만큼은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다. 이 과정에는 타인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끈질김만이 진정한 예술을 탄생시킨다. 그래서 예술은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나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그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 갤러리 X2의 개관전 <身念/意念[신;념]>은 오는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개최된다. 전시는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