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만 잘하는 직원이 되지마라
2024-05-02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매일일보 | 입사 초기에는 맡겨진 일만 열심히 했었다. 내가 맡은 업무를 충실히 처리해 나가면, 누구나 나를 인정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1년, 2년 경력이 쌓여도 여전히 나는 ‘시킨 일 잘하는 직원’일뿐이었다. 조직 내에서 시킨 일만 잘하는 직원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다르다. 다양한 분야에서 1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외국인과 영어 회화가 가능하며, 한 달에 한 번은 종합일간지 ‘매일일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내 이야기를 담은 책까지 출간했다. 모두 다 내가 맡은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일과 상관없는 것들’덕분에 이제는 조직 내에서 나를 모르는 이가 드물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넓어졌다. 일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조직에서 조직원의 역할은 조직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관리자는 조직원이 어느 위치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하고 적재적소에 조직원들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원 하나하나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 관리자가 세세하기 알기는 쉽지 않다. 시킨 일만 잘해서는 다양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다른 분야에서 본인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스펙 쌓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영어점수, 유학, 해외인턴쉽, 봉사활동, 각종 자격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과 성실함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러한 흐름을 자격증 종류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가자격증 600여 개를 포함해 약 4만 종의 자격증이 존재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해서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싶은 취업 준비생들의 수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성세대 중에서는 자기계발에 열정적인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안정적인 직장을 갖은 직업군들의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들은 ‘맡겨진 일 해치우기도 벅찬데 뭘..’이라면 자기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내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조직원은 항상 스스로는 단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성장한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냥 시킨 일만 열심히만 살다가는 40대, 50대가 되어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것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게 될 것이다.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월급을 받는 조직원으로 가장 기본적인 책무일 뿐이다. 나와 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맡겨진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역량을 갖고 그 역량을 나의 일에 적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래서 시킨 일만 잘하는 조직원은 더 이상 발전 할 수 없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 최근 입사한 MZ세대들은 퇴근 후 인근 바다로 가 서핑을 하거나, 학원,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자신을 가꾸고,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하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 중 가장 강력한 것은‘위대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역량이 있다. 그리고 그 역량은 시킨 일만 잘해서는 키울 수 없다. 일만 잘하는 직원이 아닌 일도 잘하는 직원이 되자.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 ‘홍보 인수 인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