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진 출두한 송영길 "나를 구속하라"…檢은 '출입 불허'

2일 오전 출석했지만, 검찰 조사 거부로 발길 돌려 "한번 살다 죽는 목숨…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

2023-05-02     염재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으나, 검찰 거부로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돌아섰다. 송 전 대표는 조사가 무산된 이후 검찰이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인격 살인을 행한다며 자신을 구속할 것을 주장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일방적인 출석은 형사 절차와 맞지 않아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9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출입증을 발부받아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으나,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그는 출입증 발급이 되지 않자 돈 봉투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영철 반부패2부장검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김 부장검사가 전화를 받지 않아 무산됐다. 10여분 만에 청사 밖으로 나온 송 전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내리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항변했다. 송 전 대표는 "주위 사람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길 바란다"며 "귀국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20~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불러서 별건 수사로 협박하고 윽박질러 진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수사는 안 된다"며 "인생 털이 먼지 털이식 별건 수사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격 살인을 하는 잔인한 검찰 수사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을 향해 공공수사부가 맡아야 할 수사를 반부패수사부에서 하고 있다며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주장이다. 그는 "장관의 하명수사를 하는 부서가 담당함으로써 '정치적 기획 수사'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해야 할 특수부가 야당 수사에만 올인해서야 되겠느냐"며 "민심 이반을 검찰 기획 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자진 출두는 검찰 칼날이 송 전 대표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로 향하자 직접 관련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송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지역 본부장과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송 전 대표 주거지와 그가 운영한 싱크탱크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다만 검찰은 수사기관이 적정한 시점에 피의자를 소환하도록 법으로 정해진 만큼 피의자의 일방적 출석이 아닌, 절차에 맞춰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200조(피의자의 출석요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민주당 의원 등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 9400만원을 당내에 살포하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캠프 관계자 등을 조사해 자금 조달·전달 과정을 규명한 뒤 송 전 대표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