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승계작업 ‘빌드업’…유통家, 오너 2세 넘어 3세도 전면 배치
글로벌 불확실성·경기 침체 속 빨라진 경영 승계 “경영 능력 입증 통한 승계 정당성 확보가 우선”
2023-05-0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 오너가(家) 3세가 속속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신규 상장하면서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독자경영 시대가 막을 올렸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를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 변경했다. 오리온, 농심, 삼양식품 등 MZ세대인 식품업계 오너 3세들도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최근 대한승마협회 대의원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 자리도 포기하고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첫 투자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인접한 서울 압구정동에 땅을 사들였으며, 한화갤러리아 주식 5만주도 취득했다. 백화점 부분은 무리한 확장보다 MD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으며, 팝업스토어 유치 등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미국 3대 햄버거 ‘파이브가이즈’ 오픈과 스페인산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상품을 통해 그로서리 강화하는 등 신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를 식품사업부에서 미래 사업을 챙기는 회사 내 핵심 조직인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 변경했다. 이 리더는 오너 4세에 해당하지만, 할아버지인 이맹희 회장이 사후 그룹 회장으로 추대돼 3세로 분류된다. 이 리더는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자리에도 모습을 보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사내벤처, 스타트업 등에도 역할을 확대 중이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1월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경영관리팀 수석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2021년 7월 입사 이후 1년 6개월 만에 고속으로 임원 승진했다. 담 상무는 신사업을 포함한 경영 전반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구매 담당 상무도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했다. 삼양식품의 오너 3세 전병우 이사는 2019년 해외사업본부 소속부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6월 이사회를 통해 삼양식품그룹 계열사 삼양애니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경영지원팀 과장의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다르게 오너 승계를 위해서는 경영 능력 입증을 통한 승계 정당성 확보가 우선”이라며 “오너 2세와 3세 담당 부서를 살펴보면 그 기업의 미래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