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태영호 녹취록' 논란에 "당무 개입 한 게 없어"

2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의혹 부인 "일본·공천 문제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냐" 태 최고위원 거취엔 "당에서 판단할 문제"

2024-05-02     문장원 기자
이진복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일본 문제라든지 공천 문제는 내가 (개입)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이 수석은 2일 국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예방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태 의원이 거기에 대해 답을 충분히 했다"며 "당무 개입을 한 게 없다. (태영호 의원실) 자기들끼리 한 이야기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예방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태 의원이 (전당대회 다음 날) 당선 인사를 와서 4·3 문제에 선의의 피해자들 이야기를 먼저 했었으면 참 좋았겠다고 말했다"며 "나머지 이야기는 선거 때 힘들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MBC는 태 최고위원이 자신의 보좌진을 모아놓고 "오늘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에 대해)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된다'고 이 수석이 얘기했다"고 말한 내용의 음성 녹취를 보도했다. 특히 해당 녹취에는 태 최고위원이 "(이 수석이)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으로) 있는 기간(에)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발언)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보고가)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한 대목도 담겨 있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수석은 보도 이후 태 최고위원과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더라. 전화를 많이 받아서 괴로우실 텐데 괜찮으시냐.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또 녹취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거기(녹취)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며 "내용의 사실 여부는 그분들한테 물어보라. 내가 한 말도 아닌데 답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는 질문에는 "당무를 논한 적이 없다. 태 의원은 보좌진들하고 여러 가지 사항들을 이야기하는 과정 중에서 본인이 그 부분에 대해서 좀 과도하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죄송하다고 했다"며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더 이상 뭐라고 하겠나"라고 답했다. 태 최고위원에게 한일 관계에 대한 발언을 요청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지나가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깜짝 놀랐다. (공천 문제는) 금기사항으로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저는) 하지 않는다"며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서(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공천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MBC 보도 후 낸 입장문에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진복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태 최고위원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당에서 조치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판단하겠죠"라며 사실상 당에 책임을 돌렸다. '태 최고위원의 자진사퇴나 윤리위원회 소집 등'에 대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