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일파만파…대통령실 '공천 개입'으로 번지나

3일 김기현 대표, '녹취록 논란' 윤리위 병합 판단 요청 공천개입 사실일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사태 수습 주력 태영호 "음해성 정치공세, 가짜 뉴스들" 정면 대응 시사

2024-05-03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녹취록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녹취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자칫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태 최고위원의 녹취 사태에 대한 심사를 요청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3일 "현재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함께 병합하여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울러 유사 사항이 재발할 경우에도 당 윤리위를 통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태 최고위원은 이미 '제주 4·3사건'과 '김구 선생' 관련 실언으로 당 윤리위의 징계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이번 '공천 녹취' 의혹을 더해 징계 수위를 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어서 당초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그 수위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서 태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를 사실상 높이는 조처를 한 배경에는 '공천 개입=총선 필패'라는 트라우마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총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승인·공모한 혐의가 인정됐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공천 개입과 김무성 대표의 소위 '옥새 파동'으로 공천 분란을 일으킨 끝에 총선에서 패하며 원내 다수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7조 2항은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수석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2016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인 셈이다. 당 지도부가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태 최고위원은 자신에 대한 일련의 비판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공세와 막후 작전, 가짜 뉴스들"이라며 정면 대응을 시사해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며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이진복 정무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제주 4·3사건' 발언에 대한 비판도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여러 역사적 평가와 관련한 발언이 있은 후 매일 사퇴하라는 정치적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며 "저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꺾으면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