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동정책 사회적 합의 멀어졌다
2018년 주52시간제 전면 도입…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워라밸 중요vs기업경영 어려움” 충돌…‘오락가락’ 정부에 갈등 점증
2023-05-07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노동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제(주52시간제) 개편 등을 둘러싼 사회 각계의 이견이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각종 노·사 단체 간의 갈등과 더불어 일선 직장 현장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주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8년부터 공공기관·공기관을 비롯해 300인 이상의 대기업,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돼왔다. 이어 2021년 1월부터는 중소기업에서도 52시간제가 시행됐다. 같은 해 7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당시 주52시간제를 둘러싼 여론은 긍정적이었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주 최대 52시간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77.8%가 주52시간제 시행을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개인적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기조가 확산됨에 따라, 당시 정부의 정책은 빠른 속도로 추진됐다. 같은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일과 개인·가정생활에 대해 65.6%가 ‘둘 다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일(4.7%)보다는 개인·가정생활(29.4%)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지속적 우려를 제기해왔다. 노동 시간 단축은 기업 수익 저하와 직결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올해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주52시간 근무제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총자산이익률은 약 0.82%포인트(p)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도 약 3.0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글로벌 복합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 속에서 산업계의 신음도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A씨는 “주52시간제 수행 이후 전체적인 기업 생산성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여러 현실적 애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률적 시행은 기업 경영을 막막하게 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도 경영계의 애로를 반영해 3월, 최대 주69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이같은 개편안은 강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했고, 윤 대통령도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듣고, 법안 내용과 소통에 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정부의 ‘오락가락’ 기조 속 사회 갈등은 점증하고 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한국의 노동 시간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정해진 노동 시간 내 업무 방식을 효율화하거나, 한국의 조직 문화를 개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양적인 근로 시간만 운운하는 현황은 상당히 개탄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세계적 추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여론을 감안했을 때, 언젠가 한국도 근로 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국내·외적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타협하고, 속도 조절을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경영계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편안을 보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