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최저임금 논의 개시…고물가 기조 ‘변수’

지난달 근원물가 4.6% 상승 고물가에 인상폭 결정 난항

2023-05-07     김혜나 기자
지난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설정에 고물가 기조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고물가 속 최저임금 인상폭 결정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임위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경영계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으나 지급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시행도 요구하고 있다. 숙박·외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업종은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 대비 62.2%에 이를 만큼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고물가·고환율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인 류기정 사용자위원은 “고물가·고환율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24.7% 인상된 1만2000원을 요구하는 등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을 한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소상공인과 중소영세사업자는 한계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12일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동자총연맹 사무총장 근로자위원은 “저성장 국면과 물가 폭등 등으로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로 낮추며 주요 원인으로 내수 침체를 지목했다”며 “쓸 돈이 없는데 내수활성화는 어불성설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최저임금 인상이며,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4일 2024년 적용 최저임금 기자회견에서도 “2022년 공식 물가상승률은 5.1%지만,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5%”라며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1년 2개월 만에 3%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7.6% 올라 7.4%였던 전월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지역의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최대 16.3%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 역시 지난달 4.6%를 기록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4.0% 올랐다. 이처럼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며 현실적으로 동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