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뱅크런에 ‘충청권 지방銀’ 설립도 물건너가나
김소영 부위원장, “신규 플레이어, ‘엄격한 심사’ 통해 검증”
2024-05-07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신규은행을 설립하기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특정 소비자에게 기업 대출이나 지급결제와 같은 일부 서비스만 제공하는 특화은행을 만들려고 했다. 국내 은행들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게 목적인데, 현재 경기 변동과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여러 약점이 노출된 상황이다.
7일 업계 따르면 충청남도가 추진 중인 ‘충청권 지방은행’은 작년 말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민간 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권 지방은행은 예금·대출 등 업무를 특정 지역 내에서만 주로 영업하는 은행이다. 민선 7기 당시 충청권 4개 시·도가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 필요성에 공감,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대전시 역시 ‘기업금융 중심은행’의 설립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난 IMF 외환위기 때 수많은 은행이 문을 닫은 1999년 이후 24년간 전국 주요 권역 중 유일하게 지방은행이 없는 곳이 충청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 금융 중심의 지역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지방은행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1금고, 2금고 등으로 활용되고 있어 충청권 4개 시·도의 연 50조 규모 예산 등을 감안, 설립 타당성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최근 불안정한 금융 상황 등으로 인해 은행 설립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벤치마킹 사례로 거론하던 SVB가 파산하고, 크레디스위스(CS) 매각, 도이치뱅크 위기설 등이 잇따라 터지며 특화은행 설립에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충청권 지방은행은 SVB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신규 플레이어 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초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20개 은행장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검토 중인 신규 플레이어 진입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검증된 경우에만 허용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