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처하는 법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한 평범한 여성이 기자를 살해한 사건을 다룹니다. 사실과 다른 선정적인 기사가 연일 게재돼 명예를 회복할 수 없게 되자 주인공이 복수를 가한 것입니다. 기자 살인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잘못된 언론보도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라는 형용모순에 가까운 말이 유행할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먼저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언중위는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적 기관입니다. 흔히 '언론중재법'이라 불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등의 신청이 가능합니다. 보통 조정 신청 후 한 달 가량이면 결론이 나기 때문에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는 민형사 소송에 비해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조정 절차의 특성상 신청인과 언론사 중 어느 나라라도 그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아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이 수포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민형사 소송을 언중위 조정 신청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언중위 조정 신청과 마찬가지로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등의 청구가 모두 가능합니다. 이때 근거법령은 청구인의 선택에 따라 언론중재법이 될 수도, 민법 제764조의 '명예훼손에 관한 특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사의 고의 또는 과실, 위법성 등을 따지지 않는 반면 민법은 이들까지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따라서 언론중재법에서 정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제소기간'이라고 부르는데 언론중재법은 민법에 비해 그 기간이 짧습니다) 언론중재법에 기해 소송을 제기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다만 어느 법을 선택하든 기본적으로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청구인에게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역시 민사소송의 일환으로 기사 자체의 삭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근거법령 또한 민법상 명예훼손에 관한 특칙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단순한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보다 청구인의 입장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언론보도의 특정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거나 위법하다는 점을 넘어, 분량과 내용 면에서 기사가 전면적인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기사삭제청구는 인용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허위사실이 담긴 기사를 작성하거나 데스킹한 기자를 형사고소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흔히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죄명이 적용됩니다.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제반 사정을 보았을 때 기자에게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고의'가 있었고, 보도 당시 기사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기사 자체의 진실성에 관한 자료뿐 아니라 보도 전에 있었던 취재 과정(가령 기자의 취재 요청 및 반론 청취 여부 등)에 대한 자료도 충분히 수집해 제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언론보도가 이뤄진 이후의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그런데 만일 보도에 앞서 미리 특정한 내용의 기사가 조만간 게재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기사게재금지, 방송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가처분의 경우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뿐 아니라, 보도가 이뤄질 경우 입게 될 손해가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보다 크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소설에서처럼 이미 퍼져나간 언론보도는 끝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게재 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