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전세사기 특별법
여 “채권매입 안돼” vs 야 “반환 상응방안 찾아야” “특별법 자체가 처리 늦어지면 피해 더 확산”
2023-05-07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인천시 미추홀구에서부터 비롯된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전국적으로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좀처럼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놓고 여권은 야당의 채권매입 주장에 정부가 모두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채권매입을 할 경우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와 형평성 문제가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여당이 내놓은 안은 피해자로 인정되는 조건이 협소하고, 명백한 사기로 대항력을 상실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엔 불충분하다며 채권매입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장한다.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기준이 까다롭고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오나, 전 재산을 날린 피해자들 입장에선 아예 관련 법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미추홀구 뿐만 아니라 화성시 동탄과 서울 은평구, 부산 등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피해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이 빨리 통과돼야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또 지원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특별법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로 인정될 경우 직접 경매 유예·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 경매 유예로 살던 집에서 당장 쫓겨나는 일을 막은 상태에서 정부는 피해자가 살던 집을 매수하거나 임대로 거주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매 유예로 살던 집에서 당장 쫓겨나는 일을 막은 상태에서 정부는 피해자가 살던 집을 매수하거나 임대로 거주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정부는 저리로 낙찰 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디딤돌대출에 전용상품을 만들어 연 금리 1.85∼2.70%에 최대 4억원까지 대출해준다. 만기는 최장 30년이며 통상 1년인 거치 기간은 3년으로 연장한다. 디딤돌대출을 이용하려면 소득이 연 7000만원(부부합산) 이하여야 한다. 아울러 민간 금융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4억원 한도 내에서 LTV 100%를 적용해 경매 낙찰가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여기에 피해자가 신규 주택을 구입할 때는 LTV 80%를 적용한다. DSR과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적용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여력이 부족하거나 주택 매수 의지가 없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면 LH가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넘겨받는다. LH는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소득·자산요건과 관계 없이 매입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부여한다. LH 매입임대는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다. 정부는 재난·재해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전세사기 피해 가구에도 적용해 생활비(월 62만원), 주거비(월 40만원)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특별법에 포함돼 있다. 또 연 3% 금리의 신용대출을 최대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한다. 지방세 납부기한의 경우 최대 1년 연장하고 징수·고지·체납처분은 유예한다. 전문가들도 피해 구제가 더 늦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사기 피해가 진행형인데 대책은 행정조치로 봉합하는 것 외에 상당수가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임시국회 일정도 미정이어서 특별법 국회 통과 전까지 피해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