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 게임시장 열렸는데 찬물 끼얹는 尹

2023-05-08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오는 11월 KBS에서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방영된다. 이 드라마 방영 소식을 듣고 요즘 우리 외교 상황을 보면서 서희의 외교담판이 생각난다.

서기 993년 당시 거란이 고려 국경 일대까지 80만 대군을 끌고 오자 고려 조정은 혼란에 휩싸였다. 서희는 거란의 목적이 고려의 멸망에 있지 않다고 판단해 담판에 나섰다. 거란 측 대표인 소손녕은 서희에게 “고려는 바다 건너 송나라와 교류하면서 어찌 거란과 교류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서희는 “고려와 거란이 국교가 통하지 못하는 것은 여진이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진을 협공하고 이를 통해 얻는 땅을 나누자”고 담판을 지었다. 이에 소손녕은 흡족해하고 압록강 이남인 강동 6주 땅을 고려에 돌려주고 돌아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영국 뉴스통신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를 두고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썼다가 한국 정부의 강한 항의를 받는 등 한·중 간 외교 공방이 격화되기도 했다.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최근 간신히 열리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에 진출을 앞둔 우리 게임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지 우려스럽다. 중국 당국은 2017년 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내 게임 서비스 권한인 판호를 우리 게임에 대해 거의 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해 12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 수입을 허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우리 게임업계 반기는 분위기다. 여기에 추가로 5종 한국 게임이 추가로 판호를 발급받았다. 판호발급 소식이 나오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찬물을 맞게 된 모양이 됐다. 최근 우리 게임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 게임에 대한 중국의 판호 발급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외교전문가들은 외교는 ‘전략적 모호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해 이는 ‘전략적으로 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절대로 하나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양쪽에서 최대한 이익을 끌어내는 쪽으로 협상을 하는 것이 외교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진영 수호 등의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이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명제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 대통령이 얼마나 심사숙고하고 말하는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