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아이 옷은 사야지”... 키즈 패션 시장 호황 이유는

저출산 속 VIB족 증가에 따른 결과 국내 키즈 산업 규모 2025년 58조

2024-05-08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고물가, 저출산 시대가 도래했지만, 키즈 패션 시장은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VIB족’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 ‘VIB족’은 Very Important Baby(매우 소중한 어린이)의 준말로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부모를 뜻한다. 아이에게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등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인 에잇 포켓(8개 주머니)이 이제는 주변 지인들까지 추가된 텐 포켓(10개의 주머니)으로 트렌드가 확장됐다.

8일 통계청의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24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4.4%나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78명대로 감소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합계 출산율(1.59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다만, 아이가 귀해지면서 아이를 향한 소비가 더 늘어나는 저출생의 역설은 두드러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국내 키즈 산업 시장이 2012년 27조원에서 오는 2025년 58조원으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아동복 매출은 2020년 대비 약 32% 성장하며 1조2016억원에 달했다. 동기간 전체 패션 시장 증가률은 14%에 그쳤다. 또한, 올해 1~2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아동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넘게 신장했다. 이에 유통가에서는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맞는 가정의 달을 맞아 ‘키즈 패션 시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톰브라운은 오는 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키즈 컬렉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RWB 그로그랭과 4바를 디자인적 포인트로 한 120수 클래식 슈트, 다운필 재킷, 클래식 4바 카디건, 옥스포드 셔츠 등 인기 상품의 미니어처 스타일로 기획해 스타일리시한 패밀리 룩을 소개한다. LF가 전개하는 챔피온은 올 여름부터 키즈라인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 배우 봉태규와 그의 가족과 콜라보한 여름 시즌 신상품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화보에서 키즈라인 상품들을 내세워 뛰어난 기능성과 활동성을 강조하고 야외활동을 즐기는 분위기를 표현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롯데온은 지난달 키즈 전문관인 ‘온앤더키즈’를 선보였다. 뷰티, 명품, 패션에 이어 네번째 선보이는 버티컬 서비스다. 크게 패션, 라이프, 토이 등으로 분류하고 300개의 키즈 브랜드 상품을 마련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실제 1분기 유아동 패션 매출은 전년보다 50% 신장했다. 이랜드글로벌에서 운영하는 키즈 트렌디 편집숍 밀리밤은 ‘아이좋아 컬렉션’을 공개했다. ‘아이좋아 컬렉션’은 누적 3만장 이상 판매될 정도로 여름 시즌 인기 상품이다. △아이좋아 티셔츠 △아이좋아 팬츠 등으로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저출산 시대를 맞아 유·아동용품 패션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이들의 존재가 이전보다 더욱 특별해졌기 때문”이라며, “가격 대신 브랜드의 안전성, 소재 등 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중심 VIB족들이 키즈 패션 시장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