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업의 바다에서 오늘의 파도에 올라타라
2024-05-10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바야흐로 엔데믹을 향해 가고 있지만, 국내외 경기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성장 호조를 보이던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잇따라 인원 감축안을 내놓았고, 벤처기업의 충실한 파트너라고 불리던 실리콘밸리의 은행이 파산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야놀자와 에듀윌은 주 4일제와 원격근무를 취소하고, 로톡은 신사옥을 내놨다. 스타트업씬의 인재를 빨아들이던 카카오, 네이버, 토스는 채용을 급격히 줄였고,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는 기업공개(IPO)를 연기할 예정이다. 모두 시장에 돈이 말라간다는 신호다. 투자자들도 이제 성장 잠재력보다 실제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에 주목해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투자 빙하기에 접어든 지금은 창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창업을 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대규모 투자 검토는 신중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시드 단계의 투자는 이전보다 활기를 띠는 양상이다. 이전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창업 초기에 해당하는 시드와 시리즈 A 단계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1~2년 후에 상장을 노려야 하는 후속 단계의 스타트업 보다는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창업 팀에게도 좋은 기회다. 창업에 있어서 가장 자본이 필요한 때가 바로 처음 시작할 때와 급속한 성장을 할 때인데, 초기 단계에 관심을 가져주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투자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업은 마치 바다에서 홀로 파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매순간 크고 작은 파도가 치고 때로는 생각지 못한 너울에 휩쓸릴지도 모른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만 크고 멋진 파도를 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교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파도를 잘 타는 것이다.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오늘 하루 중 가장 좋았던 파도를 ‘오늘의 파도’라고 말한다. 서퍼들마다 경력이나 수준이 제각기 다르므로 남들에게 좋다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 좋은 파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파도야 말로 나에게는 가장 좋은 ‘오늘의 파도’가 된다. 파도를 잘 타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파도 타기를 위한 ‘체력’, 좋은 파도를 골라내는 ‘안목’, 나에게 맞는 파도를 기다리는 ‘인내심’ 그리고 파도에 올라타는 ‘타이밍’이 그것이다. 이는 사업 유지에 필요한 ‘체력’, 아이템을 선정하는 ‘안목’,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도전하고 기다리는 ‘인내심’,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의 ‘타이밍’에 빗대어 볼 수 있다. 창업이라는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돈은 항상 계획보다 더 많이 들고 예상보다 더 빨리 소진된다.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고 시장과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좋은 인재는 늘 부족하다. 이미 창업을 한 사람이든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든 창업에 뛰어든 이상 이 바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체력, 안목, 인내심을 가지고 ‘오늘의 파도’를 기다려라. 그리고 최적의 타이밍에 올라타라. 그 파도에 올라타면 또 다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