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시선관위 오현정…민주주의의 향기가 짙어지도록
매일일보 = 기고 | 오는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다.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처음 도입해 치러진 1948년 5‧10 제헌국회 선거일을 기리기 위해 2012년부터 「공직선거법」에서 5. 10을 유권자의 날로 지정하고 그로부터 1주일을 유권자 기간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2023년 현재까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가 8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민주주의가 무르익은 현 시기에 태어나 자란 요즘 세대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처럼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EIU가 167개국을 대상으로‘민주주의 지수’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으며, 2021년에는 세계순위 16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놀랍기도 하고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3·15 부정선거, 1972년 유신체제, 4.·13 호헌조치 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수많은 역사적 굴곡이 있었고 그때마다 이를 바로 잡으려는 민중의 희생이 4·19, 5·18, 6월 민주화 항쟁을 통해 계속되어 왔으며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이룩된 것이다. 다만, 요즘은 값진 희생들로 얻어진 고귀한 가치가 너무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정치에서 ‘민주주의’는 왜 중요한가?
먼저 민주주의의 반대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흔히 공산주의를 떠올리곤 하지만, 이는 경제영역에서 다루는 개념일 뿐, 실제로는 ‘소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정치방식, 엘리트주의, 독재’가 이에 해당한다. 즉, 민주주의 가치는 특정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방적 지배방식과는 다르게 ‘민중, 국민이 정치결정의 주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민주주의의 가치가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 즉 국민의 권리를 잘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책선거, 선거제도 등은 우리 국민이 정치결정의 주체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좋은 제도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거제의 발전은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우리는 5년마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4년마다 국회의원과 우리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을 선출한다. 지난 선거에서 자신이 뽑은 정치인의 행보와 정책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음 선거에서 투표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렇듯 중요한 투표권 행사를 돕기 위한 선거제도도 끊임없이 발전하였다. 2012년에는 국외거주자 및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해외에서도 투표할 수 있도록 재외선거제도가 도입되었으며, 원양업계 선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선상투표제도도 신설되었다. 또한 2013년에는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곳이면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선거권 행사가 보다 손쉬워졌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점차 완벽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가고 있다.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더욱 두터워지고 다양해졌다. 다만, 좋은 제도를 얼마나 잘 활용하여 권리를 행사할지는 우리의 몫이며, 유권자의 날을 맞이하여 그 의미를 한번 되새겨 봄직하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난을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난에서 꽃이 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물의 양, 온도와 습도, 빛의 양, 영양 공급 등 수많은 조건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그러면 그 속에서 고귀한 꽃대가 솟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당시 꽃의 향기와 자태는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민주주의의 아름다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보다 다양하고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모여 우리 정치의 균형을 이룰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 꽃의 향기는 더욱 짙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