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일의원연맹 면담서 팽팽…"양국 관계 훈풍" vs "역사 직시"(종합)
8일 정진석·윤호중 의원 '日 기시다 총리'와 간담회 기시다 "양국 가교 역할 감사"…과거사 사죄 언급 없어
2024-05-08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 한일의원연맹 간부들은 8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역사 인식 등 양국 관계와 관련해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물 잔의 반'을 일본이 채워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역사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보다 한일의원연맹이 두 나라 관계의 버팀목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면서 앞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기조를 유지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간사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총리와 50분 가량 면담했다. 정 의원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가 속도감 있게 정상화된 데 대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정상의 용기와 결단이 큰 동력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한일 관계 훈풍이 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에게 반 컵의 물 잔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 대응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기시다 총리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향한 발언에 대해 "따뜻한 메시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기시다 총리에게) 말씀드렸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도 성의 있는 노력을 하려는 느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고, 면담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사견을 전제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반면 윤 의원은 대일 외교와 관련해 미흡하다고 평가받는 과거사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일본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했다. 그는 "과거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윤 의원은 특히 기시다 총리의 '가슴 아프다' 발언에 대해선 "과거 일왕이 이야기했던 '통석(痛惜)의 염(念)'에 미치지 못하고, 아베 총리가 이야기했던 '회오(悔悟)'도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양국이 함께 검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한국의 후쿠시마 지역 시찰단 제안에 대해서는 감사의 뜻을 보내지만, 시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전문가들의 공동 검증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말과 함께 해양 방류 외 다양한 대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등 야당 지적에도 직접적 사죄나 반성 대신, 만남 주체인 해당 연맹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일의원연맹은 양국 관계를 지지하는 굵은 뼈대"라며 "역사가 있는 한일·일한의원연맹이 한일 관계가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도 초당파 모임으로써 양국의 가교가 돼 온 점에 대해 감사하다. 계속해서 적극적인 의원 교류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면담에 이어 국내 경제 6단체장들과도 만나 반도체, 에너지 등 한·일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한·일 경제 발전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한일 경제계가 공급망 강화,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 등에서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일의원연맹은 한국과 일본 의원들의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해 1975년 5월 만든 단체다. 기본적으로는 양국 의원 간 친선단체이지만, 정부 외교를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