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유통가, 일본 마케팅 총력
포켓몬·슬램덩크·산리오 등 일본 라이선스 캐릭터 인기 일본 관광객 맞이 분주…방한 외국인 4명 중 1명 ‘일본인’
2023-05-09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No Japan)’ 눈치를 봉인해제하고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일본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와 편의점업계는 포켓몬, 짱구, 디지몬, 산리오 등 일본 캐릭터 라이선스를 사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면세업계도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도 급증하자 일본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노재팬은 지난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 반도체 등을 수출 규제하는 것으로 보복하자 한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본불매운동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운동이 있었지만, 당시 일본 불매 운동이 가장 거셌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 3년가량 일본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보기 힘든 일이었다. 최근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최근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했고, 과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짱구, 산리오 등의 캐릭터도 화제가 되자 빵이나 아이스크림 상품 등으로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2월 SPC삼립이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캐릭터를 사용해 출시한 포켓몬빵은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개 판매고를 올리고, 품귀현상을 일으키는 등 매가 히트를 쳤다. SPC삼립은 포켓몬빵의 흥행으로 지난해 처음 매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SPC삼립은 이 기세를 몰아 산리오빵 10종을 출시했다. 1998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산리오 캐릭터즈’는 1호 캐릭터인 헬로키티를 중심으로 쿠로미, 마이멜로디 등 최근 1020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삼양식품도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를 활용한 과자를 선보였으며, 해당 제품의 판매처가 늘자 삼양식품은 공장 가동을 확대하기도 했다. 롯데제과도 일본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 속 디지몬 캐릭터를 활용한 디지몬빵을 출시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봄나들이 시즌을 맞아 벚꽃과 피크닉을 콘셉트로 한 산리오 캐릭터즈 푸드 상품 6종과 컵과일 3종을 출시했고, CU는 일본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케로로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마트24는 신카이 마코토의 인기소설 패키지를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신카이 마코토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오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원작자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달 8일 개봉 후 38일 만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제치고 누적 관객 수 495만명을 돌파했다. 면세업계도 한국 입국하는 일본 관광객 맞이에 분주하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본 골든위크 기간 한국을 입국하는 외국인(17만3774명) 4명 중 1명은 일본인(4만4933명)이었다. 일본의 골든위크는 4월 29일 ‘쇼와의 날’로 시작해 5월 3일 ‘헌법기념일’, 4일 ‘녹색의날’, 5일 ‘어린이날’ 등 9일간 연휴 주간을 말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일본인 대상 선호 관광지 조사 결과 부산이 1순위를 차지하는 등 부산지역 관광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자 부산점 브랜드 개편을 진행한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에 국산 패션, 식품, 쥬얼리 및 화장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브랜드 매장을 단계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앞서 신라면세점도 서울점엔 ‘카페 라(CAFE LA)’를 출점하고 제주점엔 ‘LASP·신라’ 갤러리를 오픈하는 등 온·오프라인 매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롯데면세점은 내달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현지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7년 만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로드쇼를 개최한다. 정부도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일본 △대만 △홍콩 △미국 등 22개국 대상 전자여행허가제 면제방안과 국제항공 노선 회복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캐릭터 라이선스 사용료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일본 기업에 캐릭터 사용료가 지불되는 셈이지만 일본 캐릭터 라이선스를 사용한 제품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불매 타격을 받아 일부 매장을 폐점했던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도 매출 상승세를 보이자 신규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