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배당확대 ‘충당금적립’에 발목
주주환원율 목표 30%↑…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SVB사태‧경기침체 우려에 자본 비율 규제 강화
2024-05-09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4대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2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전망되는 데다 당국이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어 주주환원율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분기배당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정기주총에서 분기배당을 정례화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7일 주당 600원의 첫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는 보통주 1주당 525원 KB금융은 주당 510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분기배당에 나설 방침이다.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도 나섰다. 우리금융은 자사주 1000억원 규모를 매입 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과 KB금융은 각각 15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했다. 금융당국도 주주환원에 힘을 실어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기업설명(IR) 행사에서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저평가에서 탈피하기 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유지를 전제로 한 주주환원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배당절차를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4대 금융지주는 연초 주주환원율 목표치를 30% 이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KB금융지주 33%, 신한금융지주 30%, 하나금융지주 27%, 우리금융지주 26%다. 그러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선 2분기부터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2~0.34%로 전 분기보다 최대 0.07%포인트(p) 올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익 개선으로 대손비용 증가를 상쇄했지만 2분기에는 시장금리 하락 속도가 둔화됐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악화가 실적에 미치는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지주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주문했고 4대 금융지주는 1분기 1조7338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어 은행권에 대한 자본 비율 규제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VB 사태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부터 경기대응 완충자본과 스트레스 완충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한 특별대손준비금도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은 자본확충을 고려해 주주환원 계획이 수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태경 신한금융 CFO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분기별 주주환원책 지속 가능성에 대해) 경제 불확실성 해소 여부, 감독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또는 규제변화 등에 따라서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주주환원 확대 기조는 유지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자본 확충 규모를 당국과 소통해서 결정해야 하고 연체율 증가세와 같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주환원율을 제고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 정책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은행의 자본적정성이 악화될 경우 재무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진다”며 “은행은 부실 시 금융시스템 안정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 최근 SVB파산과 크레딧스위스 리스크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주주환원율 제고를 논할 시기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주환원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줄어들었다고 방향성을 수정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며 “대손충당금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것이기 때문에 주주환원 목표치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