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매년 파행에 불신 확대…설정 기준 필요성 커져

4월 첫 개최된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 파행…사회적 갈등만 증폭 독일·스위스, 노사간 사회적 합의 가능한 객관적 근거 마련에 ‘집중’

2024-05-10     김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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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매년 점증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물가상승·경제위기 등으로 최저임금 적정치를 합의하는데 큰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 처음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 무산이 올해 ‘불협화음’의 첫 시작이다. 당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전원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등 공익위원 9명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무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노동자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당시 공익위원 측은 노동자위원 9명이 아닌 여타 노동계 인사들이 장외 시위를 벌인 것을 문제 삼았다. 회의장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것이다. 이후 박 위원장은 노동계 인사들의 퇴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에 불참했다. 노동자위원들은 회의 무산을 선언하며 끝내 퇴장하며 ‘파국’을 겪었다. 사용자와 노동자간 최저임금 인상폭에 큰 이견을 보이는 것도 최저임금위원회의 큰 갈등 요인 중 하나다. 노동계는 지난달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2000원(월급 기준 250만8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620원)에서 24.74% 상승한 금액이다. 경영계는 동결, 소폭 인상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상호간 최저임금 인상분을 결정하는 ‘공식’이 상이하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사용한 ‘최저임금 산출식(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2년 연속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근거도 없는 산출식을 적용했다”라면서 비판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 지급능력 차이를 고려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번달 발표한 ‘국외 출장 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보고서에는 최저임금 협의 과정이 독일 등 유럽 국가와 같이 양측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전문적·객관적 자료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출장 보고서에는 독일과 스위스 제네바주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와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임금 정책 가이드, 독일 노동조합총연맹(DGB)·국제사용자기구(IOE) 관계자와의 면담 내용 등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를 대표하는 각 3인의 위원과 노사가 공동으로 추대하는 독립적 지위의 위원장 1인 등 7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의 최저임금위원회보다 규모가 작다.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2년 간격을 둔다.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를 확보해 실증 분석을 통해 합리적 결과를 얻기 위함이다. 스위스 제네바주는 법으로 정해진 금액을 물가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객관적 지표인 물가 수준을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에 현장에서는 매년 소모적인 논쟁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시간 속에서 노사 양측이 합리적 기준을 발굴·합의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