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계 팍팍’…고물가 기조에 최저임금 설정 난항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양 측 입장만 확인 소비자 생계 위해 인상해도 인플레이션 우려 커져
2024-05-10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설정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타협점은 올해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각자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했지만, 노동계는 1만2000원을 주장했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물가 기조가 최저임금 설정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가안정화 이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으면 영세 사업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노동계는 올해(9620원)보다 24.7% 높은 1만2000원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봤을 때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면서 “임금체계란 사용자의 지불능력도 고려해야 하고,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및 자영업자의 피해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짜 피해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영세 사업자”라고 덧붙였다. 고물가 기조는 최저임금 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물가는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의 부담이 크다. 기본적인 임금을 올려야 소비자가 생계가 안정화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로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외식 물가상승률은 7.6%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7.9%로 전월보다 1.2%포인트 내렸지만, 전체 평균치보다 2.1배 높았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작년 대비 억제되고 있는 점으로 봤을 때 내년도 최저임금을 바로 설정하기 어려워보인다. 섣불리 임금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다시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확대는 고용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물가상승률(9.7%)을 훌쩍 넘었다.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임금지불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쪼개기 알바’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쪼개기 알바는 158만명을 넘어섰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사업장 운영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향후 물가가 안정화된다고 해도 최저임금이 삭감된 사례는 없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그저 악순환이 지속될 뿐”이라고 호소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취업준비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박 씨는 “알바 자리를 찾을 때 이전보다 사람을 뽑는 편의점이 많이 줄어 고생한 기억이 있다”면서 “고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 알바를 찾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취준생 입장에서 과도한 인상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