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최저임금 논의 본격화…인상‧동결 두고 갈등

2일 최저임금 1차 회의, 노사간 갈등으로 파행…25일 재개 노동계, 시간당 1만 2000원 요구… 경영계 "경제상황 고려해야" 기존 산식대로 계산할 경우 내년도 시급 1만원대 돌파

2023-05-10     이용 기자
박준식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 돌입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일 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설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노동계는 “저임금노동자의 생활 안정, 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시간당 ‘1만 2000원’을 주장했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 사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요구”라며 경제 상황 및 제반 여건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나, 두 진영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한 만큼 향후에도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이는 ‘최저임금법 10조 제1항’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산업군에 적용된 금액이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주휴 시간 35시간 포함)이며 한 달에 201만 580원을 받을 수 있다. 5년 간의 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 2019년은 10.9% 오른 8350원, 2020년 2.9% 오른 8590원, 2021년 1.5% 오른 8720원, 2022년에는 5.1% 오른 9160원이었다. 일단 기존에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산식대로 내년도 임금을 계산할 경우 1만원대를 넘게 된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다만 근로자-사용자위원 간의 갈등으로 보통 공익위원이 산식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 지난해 공익위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에 물가상승률 전망치 4.5%를 합한 뒤 취업자 증가율 2.2%를 빼 임금 인상률을 5.0%(9620원)로 확정했다. 지난해 노사 양측은 해당 산식에 대해 모두 납득하지 못하고 반대했지만, 두 진영 간의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결국 공익위원이 밝힌 2023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됐다. 만약 올해도 산식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면, 인상률은 4.74%가 되며, 시간당 임금은 1만 76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동계는 해당 산식과 관계없는 인상안을 내놓은 상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24.7% 인상한 1만 2000원이다. 노동계는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9160) 대비 5.0% 인상됐고,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인 5.1%를 기록해 인상 폭은 비슷했다. 그런데 이번 인상안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과도한 만큼,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계 측은 “노동자와 경영자는 공생관계”라며 “과도한 인건비로 자영업자가 파산한다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일률적인 인상보다는 업종별·지역별 임금 차등적용을 통해 업주의 지급능력, 업종,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약기업 H사 노조 관계자는 “각 진영은 서로에 대한 비판만 제기할 뿐, 불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내 맘대로 인상안’만 내밀고 있다”며 “두 진영이 제대로 된 타협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결과만 받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