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2.8조 CFD 부실 주의보
국내 증권사 CFD 잔액 교보증권 가장 많아 미수채권 수천억 추정… 증권사 손실 우려↑
2023-05-10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배경으로 꼽히는 차액결제거래(CFD) 거래 잔액이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손실 정산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수채권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CFD 거래를 중개한 일부 증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CFD 거래잔액은 2조7697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3254억원) 보다 19.1% 늘었다. 2021년(5조405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CFD는 고객이 증거금을 납부하면 증권사가 증거금의 최대 2.5배 주식을 매입해주는 장외파생계약으로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아도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해 차액을 정산한다. 따라서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양도소득세, 지분공시 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는 3월 말 기준 교보증권의 CFD 거래잔액이 가장 많았다. 교보증권의 CFD 거래잔액 규모는 618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3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 이후 CFD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에 대규모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CFD 거래 특성상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의 손실분도 2.5배 커져 빚이 된다. 주가가 하락해 계좌에 남아있는 잔고가 증거금률보다 낮게 잡히면 반대매매가 시행돼 강제 청산될 수 있다. 문제는 반대매매로도 하락분이 메꿔지지 않을 경우다. 남은 손실을 증권사가 떠안게 되고 투자자가 파산 신청을 하면 사실상 증권사들이 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업계에서는 라덕연의 투자자문업체 H사 투자자들이 SG사태로 대규모 빚을 지게 되며 중개 증권사들의 미수채권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수채권으로 인한 중개 증권사들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CFD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미수채권 발생과 일부 충당금 전입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연달아 CFD 계좌 개설을 중단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8일 자정부터 국내와 해외주식 CFD 계좌개설를 일시 중단했다. 기존 계좌 보유 고객의 경우 계속 거래할 수 있다. 교보증권도 지난 4일부터 CFD 비대면 계좌개설를 일시 중단하고 관련 이벤트도 모두 조기 종료했다. 앞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CFD 서비스 신규 가입과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