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물가 ‘S공포’ 스멀스멀… “1년 안에 금융위기 도래”

실물 가늠자 원자재값 하락...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기대인플레 4%대 횡보...수출 부진에 경제 전망도 암울

2024-05-10     이광표 기자
신승철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경기는 침체됐는데 인플레이션 징후는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지난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월 대비 0.4%, 전년 같은 달 대비 5.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당시 0.1% 상승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졌다는 의미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도 높은 수준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 4.4%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4.7%) 대비 하락한 것이지만 올해 1~4월 각각 5.0%, 4.2%, 4.7%, 4.4%를 기록하는 등 연준의 긴축에도 목표치(2%대)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4개월째 이어지는 무역적자 등 길어지는 수출 부진의 터널은 올해 우리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1월 전망치(1.7%)에서 0.4% 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1.3%로 낮춰 제시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감소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설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2.5% 감소할 것”이라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298억 달러에서 올해 183억 달러로 대폭 축소되고 수출이 6.8% 줄어 무역수지는 32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25일 한국은행 역시 각각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성장률 전망치(KDI 1.8%, 한은 1.6%)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던 구리와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예상 밖의 하락세에 놓였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원자재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을 심화시키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산유국의 감산으로 치솟는 듯했던 국제 유가도 미중 양국의 경기 먹구름이 찍어 누르는 모양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을 발표한 뒤 지난달 12일 83.26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17.6% 하락한 68.56달러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경기침체 속에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부동산 시장 침체·금융기관 대출 부실화와 우발채무 현실화·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이 꼽혔다는 점이다. 또 1년 이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지난해 11월 58.3%에서 36.8%로 크게 낮아졌다. 한은이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 7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5일부터 17일까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과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대내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 증가(53.9%), 부동산 시장 침체(48.7%),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와 우발채무 현실화·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43.4%) 등을 꼽았다.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28.9%) 등을 지목했다. 아울러 주요 리스크 요인 중 기업 부실위험, 금융기관 대출부실화, 국내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가계부채를 제외한 주요 리스크는 주로 단기(1년 이내)에, 가계부채와 관련된 리스크는 중기(1~3년)에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하반기 조사에 비해 리스크 요인들의 발생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응답자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이 미치는 영향력이 모두 큰 요인으로 평가했다. 금융기관 대출 부실과 우발채무 현실화·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의 경우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 시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은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경상수지 적자 지속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는 않으나 발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봤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향후 3년간)는 '매우 높음'과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36.1%에서 42%로 지난 조사 대비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취약성이 가장 부각될 것으로 판단되는 금융업권에 대해서는 대부분 응답자들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중·소형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업권을 지목했다. 특히 해당업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향후 주요 취약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금융기관의 유동성 대응능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발생시 적절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 확충 유도와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한 금융시스템 내 잠재리스크의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 시계에서 부동산과 금리 정책을 운용해 금융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