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빚폭탄’ 한전·가스公… 전기요금 인상 배수진
한국전력 올해 1분기 5조원 적자 예상… 최대 8조원까지도 2분기 kWh당 7원 인상해도 정상화 위해선 31.5원 올려야 378.9% 부채비율 가스공사… 임원들 성과급 잔치에 논란
2024-05-10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실적 악화로 전기요금 인상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기 전에 자구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원가보다 싼 전력 공급의 장기화로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만 5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예상한 한전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5조2990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여전히 손실을 보면서 전기를 파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1분기 적자가 최대 8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은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5조8000억원과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서 작년 한전의 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역대 분기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1∼2월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kWh당 각각 165.6원, 149.7원이었다. 여전히 손해보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459.1%에 달했다. 현재 한전은 회사채(한전채) 발행으로 버티고 있다. 한전의 4월 기준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1530억원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이미 오른 것을 빼고도 올해 안에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2분기 kWh당 7원 이상을 해도 여전히 31.5원을 더 올려야한다는 얘기다. 한국가스공사도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로 들어간 상황이다. 2020년 28조2천억원이던 가스공사의 부채는 2021년 34조6천억원으로 22.6% 증가했다. 364.2%였던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도 378.9%로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공사 임원들은 전년보다 30%나 오른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들의 연봉 상승 폭 역시 평균보다 4배 이상 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상임 임원의 평균 연봉은 1억7148만4000원이었다. 1억3179만6천원이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0.1% 증가했다. 상임 기관장 연봉이 전년보다 43.4% 올라 가장 크게 상승했고, 상임 이사와 상임 감사도 각각 34.9%, 9.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공기관 상임 임원 평균 연봉 증가 폭은 1.2%에 그쳤다. 자본잠식이라는 악화된 경영 환경에서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은 성과급을 받은 것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해당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수령한 상임임원은 지난해 모두 퇴임했다"며 "현재 재직 중인 상임임원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